코로나19 특수 ‘끝’…빙하기 앞둔 마스크·백신·진단키트

김양혁 기자 2022. 11. 3.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제조사 1628개, 2020년보다 12배 늘어
대부분 ‘영세’...실제 생산도 절반 그쳐
“마스크 수요 감소·방역 완화에 생산 중단”
코로나19 백신·진단키트 업종도 울상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 유리창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수요가 급격히 늘었던 마스크와 백신, 진단기기 업계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를 제조하는 업체 중 절반가량이 제품 생산을 멈췄고 손소독제 역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진단키트 생산 업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최대 80% 가까이 급락하는가 하면, 10배 넘게 올랐던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시기로 되돌아 갔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빙하기를 버텨내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존폐 기로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2배 급증한 마스크 제조사 총 1628곳…실제 생산 업체는 ‘절반’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에 등록된 마스크 제조업체는 1628개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20년 1월 137개이던 것과 비교하면 12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마스크 품목은 1012개에서 무려 8958개로 늘었다.

전체 마스크 제조업체 중 마스크를 생산 중인 업체는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1619개였던 마스크 제조업체 중 생산 보고를 한 업체는 절반 수준인 840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나머지 779개 업체 대부분이 생산 실적이 없어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마스크 업계 안팎의 예측이다. 약사법에 따라 연간 생산 실적을 보고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실적 보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초창기 마스크를 주력으로 생산하지 않는 업체 여럿이 마스크 생산에 뛰어 들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자 생산을 멈추고 기존 제품 생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제조업체의 몰락은 이미 예고된 결과다. 2020년 초만 해도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부는 마스크 제조사 허가를 간소화했고, 특수를 누리기 위해 우후죽순 마스크 공장이 생겼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사가 급격히 늘면서 경쟁이 과열됐고, 실외 마스크 해제와 같은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제조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마스크를 포함한 외용소독제 같은 방역물품 생산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국내 의약외품 생산실적은 2조3368억원으로, 2020년 3조7149억원과 비교해 30.5% 줄었다. 방역물품 생산실적이 56% 감소한 결과다. 2020년 2조원이 넘었던 마스크 생산실적은 지난해 9479억원으로 53.6% 줄었다. 외용소독제는 71.1% 감소한 1126억원에 그쳤다.

서울 종로구 한 약국 데스크에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진단키트 업종도 ‘울상’…수익 줄고 주가 ‘뚝’

코로나19 진단키트부터 백신과 운송을 맡았던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58.8%, 72.8% 감소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줄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부터 ‘캐시 카우(수익창출원)’로 꼽히던 독감 백신 대신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올인’ 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매출은 4분기에나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스카이코비원 매출로 반등이 기대된다”면서도 “여전히 해외 자체 판매분에 대한 가시성이 불투명하고 국내 추가 구매 계약 체결 가능성도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유통으로 재미를 봤던 GC녹십자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줄어든 488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1.3% 감소한 4597억원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지난해 백신 유통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가 지금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더나와 질병관리청이 체결한 코로나19 백신 국내 유통 물량 약 400억원이 지난해 3분기에 대부분 집중됐다”며 “올해는 분기마다 분산돼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수혜 주로 주식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단키트 업계도 주가 급락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19년말 1만5000원 수준이던 씨젠의 주가는 2020년 8월 14일 16만1926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이날 이날 3만500원으로 마감했다. SD바이오센서 역시 올해 2월 8만1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날 3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SK바이오사이언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