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외환보유액 한 달 새 27.6억↓...유가증권 감소폭 14년래 최고

류난영 2022. 1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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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0월 외환보유액 4140억 달러…석 달 째 감소
전체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축소
미 국채 가격 하락에 국채 팔아 현금성 자산 늘린 영향
미 국채 등 유가증권 170억 달러↓…14년래 최대
현금성 자산 예치금은 141억 달러 늘어
현금성 자산 비중 6.8%로 두배 확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미 국채 등 유가증권을 매도하는 대신, 현금성 자산인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27억 달러 가량 줄었다. 근 14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던 9월 보다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큰 폭 축소됐다. 반면, 미 국채 등 유가증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세계 외환보유액 순위는 전달 보다 한 계단 내려간 9위에 랭크됐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2년 10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 달러로 전월말(4167억7000만 달러)보다 27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전월 외환보유액이 196억6000만 달러 감소하며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감소폭은 크게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4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7월(3억3000만 달러) 반짝 늘었으나 다시 감소 전환하면서 8월(-21억80000만 달러), 9월(-196억6000만 달러), 10월(-27억6000만 달러) 등으로 석 달 째 줄어들고 있다.

한은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은 증가했으나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로 달러를 매도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에 따른 일시적 효과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 다만, 9월에 비해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 되면서 변동성 완화 조치 규모가 줄어들면서 감소폭은 축소됐다.

지난달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지만 높은 변동성은 이어졌다. 지난달 2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44.2원까지 올라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434.8원에서 10월 말 1419.3원으로 하락했다. 미 달러화가 평가 절하되면서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은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10.75로 전월(112.25)보다 1.3% 하락했다. 유로화가 미 달러화 대비 1.4% 절상됐고, 영국 파운드화도 4.1% 절상됐다. 호주달러화는 1.6% 절하됐고, 일본 엔화도 2.2% 절상돼 약세를 보였다. 엔화는 자국통화표시법(엔/달러)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미 달러화 환율 상승이 달러화 대비 약세를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외환당국간의 통화스와프, 조선업체·해운업체 등 수출기업의 달러화 매도 등이 국내 달러 수급여건 개선에 기여했다"며 "향후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주요 통화의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되어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경우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623억5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170억6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전달 감소폭(-155억3000만 달러) 보다 더 확대된 수치로 2008년 10월(-278억 달러) 이후 14년래 최대폭 감소했다. 한은은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반면 예치금은 141억 달러 늘어난 282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안전자산으로 불렸던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를 매도해 이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예치해 두는 등 현금성 자산인 달러 보유 비중을 늘린 것이다. 실제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 비중은 9월 3.4%에서 10월 6.8%로 두 배 가량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위기시 외환보유액에서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SDR(특별인출권)은 143억1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억6000만 달러 늘었다. IMF포지션은 3000만 달러 늘어난 4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금은 47억9000만 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한은 관계자는 "미 국채 등 유가증권을 매도해 현금성 자산을 더 확보하는 등 추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주요국과의 순위를 비교할 수 있는 올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7억 달러 감소한 4168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으로 전달 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중국이 259억 달러 감소한 3조290억 달러로 1위를 유지했다. 일본(-540억 달러), 스위스(-570억 달러), 대만(-44억 달러), 러시아(-250억 달러), 인도(-277억 달러), 홍콩(-126억 달러), 브라질(-121억 달러) 등 세계 10위권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대부분 줄었다. 외환보유액 세계 7위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07억원이 늘어나는 등 유일하게 증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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