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두렵다"…서민 대출창구 '보금자리론'도 수요 급감

정옥주 2022. 1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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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금리 인상과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주택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856건에 그쳐 1년 새 77.9% 줄었다. 이는 2006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이며, 올해 8월 907건에서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0.3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정부가 서민들의 대출창구인 '보금자리론' 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했음에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보금자리론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마저 뜸하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보금자리론 공급실적이 올해 수정계획 대비 57.8%에 그치는 등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보금자리론은 7조9158억원이 공급돼 당초 24조3000억원에서 한 차례 수정된 공급계획인 13조7000억원의 57.8%를 채우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적격대출은 1조676억원이 공급돼 공급계획인 2조1000억원의 절반(50.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9월 말까지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디딤돌대출을 합한 총 공급액은 12조2596억원으로 전체 공급 계획(19조원)의 약 65% 수준이다. 남은 3개월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말까지 공급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최근 주택시장 위축 및 정책모기지 대출금리 인상상황을 고려할 때 대출수요가 제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보금자리론은 약정만기(최장 50년) 내내 대출금리가 고정돼 서민·실수요자가 금리인상 시기에도 영향 없이, 매월 안정적으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집값 6억원·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다자녀가구 1억원) 가구에 허용되며, 대출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을 위한 상품인만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한도가 최대 70%로 높아 신혼부부와 청년층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한 때는 '오픈런'까지 방불케 했던 정책모기지의 인기가 급속도로 식은 이유는 최근 시장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으며 주택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고,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전반적으로 급감했다"며 "이에 따라 정책금융상품을 찾는 이들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 상단은 지난 1일 기준 연 5.35~7.34%를, 변동형 금리는 연 5.06~7.55%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또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또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대출금리가 계속해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8월17일부터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금리를 최대 0.35%포인트 내린 4.25~4.55% 수준으로 동결했다. 적격대출 역시 4.55%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만 금리가 4% 중반대에서 동결됐다 하더라도 이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금리가 크게 올라 서민들이 선뜻 정책모기지에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최고 금리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2% 후반대였으나 동결되기 직전 4.8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금리 동결은 연말까지 한시적인 조치로, 내년부터는 다시 시장 상황에 맞게 인상될 예정이다.

주금공 관계자도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고 (보금자리론의 금리가)전년 대비 상대적으로 상승한 이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집값 급등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빠른 속도로 사라졌지만, 기준에 변함이 없어 신청 대상자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의견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 보금자리론의 혜택을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들이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그 사이 6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매매가 6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는 2019년 9월 279만4337가구로 전체의 73.5%를 차지했지만, 3년 후인 올해 9월엔 131만389가구로 전체 39%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상한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높이는 등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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