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막히니 신탁사 자금줄도 ‘꽁꽁’… 시행업계 고통 가중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몸집을 키우던 토지신탁 업계가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미분양이 늘면서 사업 부담이 커지자 신규사업 관리에 나선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에 실패해 신탁사의 문을 두드리는 시행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각 신탁사들이 직접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차입형·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의 신규 수주를 망설이고 있다. 차입형의 경우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한다는 점에서, 책임준공형은 미준공 시 위험을 신탁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이 커진 것이다.
부동산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사업비를 대며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차입형 신탁사업과 인·허가, 분양계약 및 자금입출금 등의 관리업무만을 수행하는 관리형 신탁사업으로 나뉜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또 다시 책임준공형과 일반형으로 나뉘는데, 책임준공형은 시공사가 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신탁사가 준공 의무를 부담한다.
관리형 토지신탁 중 일반형의 경우 신탁사의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신탁사도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책임준공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높고 신탁보수도 더 비싸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사업 초기부터 신탁사의 자금이 투입되므로 규모가 큰 신탁사가 주로 하며, 신탁보수는 가장 높다.
이에 규모가 큰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등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 차입형 신탁 시장이 성장해왔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국내 14개 신탁사가 보유한 차입형 신탁 수탁고는 약 10조6701억원이다. 2년 전인 2020년 6월 말 기준 수탁고(8조194억원)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PF 조달이 어려워지고,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을 통한 단기자금차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차입형 신탁 사업을 키워왔던 신탁사들이 난감한 상황이 됐다. 통상 신탁사들도 자체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부동산개발시장의 큰손인 새마을금고는 신탁 대출(신탁사를 끼고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 요건을 강화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아예 취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책임준공형 관리형 상품은 사업에 참여하는 신탁사의 회사채가 A- 등급 이상이거나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법인일 경우에만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PF대출을 받지 못한 시행사들을 중심으로 차입형 신탁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는 미분양 우려가 큰 상황이라 사업 추진 여부를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은행 대출이 막히면 신탁사가 자금을 직접 투입해야하므로 모든 사업을 다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신탁사 관계자도 “상반기까지는 차입형 신탁사업 신규수주가 많았는데 하반기에는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면서 “시장 상황이 바로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앞으로는 사업성이 큰 곳을 중심으로 선별수주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자금이 얼어붙으면서 PF 대출을 받지 못한 시행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1만가구가 넘어선 대구에서는 시행사가 본 PF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도 만기가 돌아오는 PF를 차환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가까스로 자금을 조달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대출이 어려울 경우 사업 시행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신탁사인데 대출 허가가 나오지 않아 결국 사업을 중단한 곳이 여럿”이라면서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는 신탁사들이 있지만, 지방의 경우 신탁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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