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둘은 '엄마들의 무신사'를 왜 만들었나? [인더뷰]
패션에 대한 열정과 구매력, 여성이 더 높아
성장 동력은 '코로나19'와 '입소문 효과'
최근 ‘X세대 레깅스 브랜드’에 관심있어···
나이대별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패션플랫폼이 있다. 10대는 ‘에이블리’, 20~30대는 ‘W컨셉’, 40~50대는 ‘퀸잇’이다.
그 중 40~50대 여성을 위한 패션플랫폼 ‘퀸잇’은 에이블리(2015년 설립), W컨셉(2008년 설립)과 달리 비교적 늦은 202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드디어!’라는 반응과 함께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2년 동안 누적 다운로드 500만 회를 넘었고 매달 200만 명 가까운 유저들이 퀸잇을 방문하며 월 200억 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최희민·홍주영 라포랩스 공동대표는 ‘한 가지 발견’을 통해 퀸잇을 창업했다. 바로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중반 출생자)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와 모바일 사용 패턴이 똑같다는 것. 최 대표가 직접 200명이 넘는 X세대를 만나고 얻은 사실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퀸잇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최 대표는 “앱 다운로드, 앱 결제, 물건 받는 패턴까지 X세대와 MZ세대 간의 차이가 없어 X세대만을 위한 패션 앱을 만들기로 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최희민·홍주영 공동대표는 30대 남성으로, ‘4050’도 ‘여성’도 아니다. 그런데도 두 카테고리에 집중한 이유는 잠재적 가치가 충분한 ‘블루오션’으로 판단해서다. 세 번의 창업 실패를 겪으며 ‘무조건 큰 회사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운 두 사람은 큰 시장이지만 경쟁 강도가 낮은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다 보니 4050 시장이 눈에 띄었고, 4050에 방점을 찍은 채 패션·병원·헬스케어·취미활동 등 다양한 분야를 검토했다. 이때 나이대별로 선호하는 옷 스타일이 다르다는 패션 시장의 독특한 특성에 주목해 X세대 여성 패션플랫폼을 창업하게 됐다. 남성보다 여성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서는 “패션에 대한 열정, 모바일에서 옷을 구매하는 인게이지먼트가 여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서비스 초기, 최 대표는 4050 편견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4050세대는 모바일에 친숙하지 않을 것이다’, ‘4050세대는 노출 있는 옷을 입지 않을 것이다’, ‘4050세대는 타이트한 옷을 입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자신 있게 ‘고정관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050을 타깃한 모바일 서비스가 부족한 이유는 고정관념 때문인 것 같다”며 “주변에서 새로 창업을 시작하는 팀 또는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나면 ‘생각보다 4050 시장이 크다’, ‘4050세대도 모바일을 잘 쓰기 때문에 그들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내는 게 오히려 블루오션이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퀸잇에게는 ‘옷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모든 패션플랫폼이 신경 쓰는 부분일 테지만, 퀸잇은 특히 더 주의를 기울인다. 4050 여성은 1020 여성보다 옷을 구매한 세월이 오래돼 옷의 품질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옷을 살짝 만져봐도 원단의 상태, 세탁기 사용 가능 여부, 보풀 발생 여부 등 옷의 품질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지닌 것. 따라서 퀸잇은 ①옷의 품질이 좋은지 ②가격이 합리적인지 ③브랜드력이 있는지를 검토해 플랫폼 입점을 결정하고 있다.
퀸잇의 폭발적인 성장은 단순히 한 가지 요인만이 아니다. 적절한 시기와 4050 여성의 특징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기에 가능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거래가 어려워지자 4050세대가 모바일 앱에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이상 연령층의 디지털 소비가 2019년 대비 2021년 눈에 띄게 증가했다. 40대는 약 1.6배 증가한 91.1%, 50대는 약 2.6배 증가한 79.2%, 60대 이상은 약 10배 증가한 57.6%를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접 매장에 방문해 옷을 구매하던 다수의 4050 여성이 온라인에서 옷을 구매하는 방법을 스스로 검색하고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퀸잇이 앱 상단에 노출됐다. 경쟁주자로 거론되는 카카오스타일의 ‘포스티(Posty)’, 무신사의 ‘레이지나잇(lazy night)’은 각각 지난해 7월, 지난 5월 출시돼 퀸잇 서비스를 시작할 2020년 당시엔 퀸잇만 존재했다.
다음은 4050세대의 입소문 효과다. 새 옷을 구매하고 모임에 참석하면 단번에 알아보고 어디서 구매했냐고 묻는 게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옷 샀어요?→어디서 샀어요?→퀸잇에서 샀어요’의 과정을 거치면 현장에 있던 4050 여성 4~5명이 퀸잇을 설치한다는 것. 최 대표는 “4050세대는 아직 오프라인이나 대면 만남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며 “만나서 얻은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퀸잇은 ‘X세대 여성을 위한 패션플랫폼’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X세대를 위한 패션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퀸잇을 남성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남성 의류는 기존 여성 의류와 동일하게 퀸잇 안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최 대표가 생각보다 많은 X세대 남성들이 직접 옷을 구매하기보다 배우자가 옷을 대신 사준다는 사실을 발견해서다.
최종적으로 ‘X세대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최 대표. 그는 지난 6월 X세대를 겨냥한 농수산물 직거래 플랫폼 ‘팔도감’을 출시하며 ‘X세대를 위한 패션플랫폼’을 넘어 ‘X세대를 위한 플랫폼’을 향해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최종 목표를 향한 그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최근 ‘운동복’, 특히 ‘X세대를 위한 레깅스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레깅스 같은 운동복들이 너무 10~20대 대상으로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40~50대도 요즘 요가·필라테스·조깅 등 MZ세대가 즐기는 여러 운동을 한다”며 “유저 인터뷰를 해보니 ‘사이즈도 작고 너무 타이트 해 직접 입을만한 레깅스가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X세대 여성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운동복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새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 퀸잇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아직 40~50대 여성 유저의 3분의 1만 퀸잇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유저수를 800만~1000만 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어느 정도의 유저를 확보하면 최 대표는 X세대를 위한 신규 패션 브랜드를 많이 만들 예정이다. 그는 “MZ세대를 타깃한 패션 브랜드는 매달 새로운 브랜드들이 쏟아지지만, X세대를 타깃한 패션 브랜드는 거의 한 시즌에 10개도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10년 뒤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10~20대가 온라인에서 옷이나 명품을 살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어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저는 10년 후면 40~50대도 온라인에서 명품도 사고 더한 것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쯤 됐을 때 많은 40~50대 절반 이상이 퀸잇, 팔도감 등에서 의식주에 관한 걸 하나씩 구매하는 걸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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