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에 시장혼란 커지나
자본시장 경색 '살얼음판' 속 위기감 증폭…금융당국 선제적 진화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흥국생명보험이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연기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외화 채권 발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 달러화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이후 13년 만에 발생한 일로, 국내 금융사에 대한 평판 리스크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일 2017년 발행한 5억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중도상환) 행사를 연기한다고 싱가포르거래소에 공시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9월7일 이사회를 열고 조기상환 자금 마련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했지만, 발행 여건이 어려워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지난달 31일 결정을 철회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조건이 부여돼 있어 조기상환을 실시하더라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조기상환을 암묵적인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과거 우리은행 콜옵션 미행사 때도 한국물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콜옵션 미행사로 흥국생명은 향후 6개월간 연 7%에 달하는 이자 부담을 져야하는데, 이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영구채 발행이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며 "부분 차환 등도 시도해볼 수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현재 자금시장에서는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사정보다 시장금리가 높아 차환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금리 상승 영향으로 보험사들의 채권 발행은 어려워진 상태다. 흥국생명(A+)보다 신용도가 높은 코리안리재보험(AA)은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를 6.7%에 확정했다. AA급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연 6%를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흥국생명 신용도는 코리안리보다 3단계 떨어지기에 발행금리가 이보다 더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최근 자본시장 경색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흥국생명이 이 같은 관행을 깨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도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을 해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하면서 지자체 보증 채권 전반의 신용도가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최우량등급인 지자체 보증 채권의 디폴트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보다 등급이 낮은 채권들이 잇따라 미매각되거나 차환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계획했다가 결정을 철회한 것 역시 보험사 영구채 시장에 위기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한화생명은 영구채 조기상환을 위해 지난달까지 1조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했으나 발행 계획을 내년으로 잠정 연기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흥국생명의 경우 올해 대규모 차환물량 발생이 예상됐고 금리 및 환율 상승도 지속되는 상황이었으나,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콜옵션 미행사 공시로 국내외 자금 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는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했다"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도 콜옵션 미행사에 대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을 했고 사후에도 시장에 진행 상황을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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