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 “최고의 순간? 선수가 성장했을 때”
그라운드 보다 낮은 더그아웃에서 봤던 야구와 경기장 가장 높은 좌석 스카이박스에서 본 야구는 ‘야신’의 눈엔 어떻게 느껴졌을까.
52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온 ‘야신’ 김성근 감독(80). 야구인이란 표현을 빼놓고선 설명하기 어려울 이 노 감독에게 여전히 야구는 ‘새롭고’, 또 하고 싶은 ‘다양한 말’이 남아 있는 곳인 듯 보였다.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 SK 왕조를 일궜던 과거 문학구장 더그아웃이 아닌, 랜더스필드 스카이박스에서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그리고 미디어 앞에 선 김성근 감독은 과거에도 그랬듯, 한국야구의 굵직한 이슈들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예전보다 훨씬 더 웃음이 늘어 보였다. 하지만 말 속의 뼈, 날카로움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돌아온 한국시리즈 2차전 현장. 김성근 감독은 “기분 좋게 왔다. (웃으며) 어제는 집에서 봤는데, 오늘은 높은 곳에서 보니까 야구가 새롭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구 인천 문학구장, 현 SSG 랜더스필드는 김성근 감독과의 떼어 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인연의 장소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의 지휘봉을 잡아 2007년 창단 첫 KS 우승의 역사를 썼다. 당시 한국시리즈는 SK가 1,2차전을 내리 패한 이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둔 역사적인 명승부 시리즈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후에도 2008년과 2010년 SK의 2차례 통합우승을 더 이끌었다.
그렇기에 평지보다 더 낮은 위치의 더그아웃에서 보는 시선이 익숙할 터였다. 김성근 감독은 “밑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은 시각이 다르다. 위에서 보니까 편하게 본다. 감독으로는 경기를 해야해서 시야를 넓혀야 되니까. (비교하면) 긴장감은 없다”고 했다.
원래 김성근 감독은 KS 2차전의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이태원 참사로 인해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고 시구가 취소되면서 허구연 KBO 총재와 함께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과거 인연이 있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성근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많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미 은퇴했고, 코칭스태프와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광현-최정-김강민 등 애제자들은 SK를 계승한 SSG의 주축 선수로 여전히 활약 중이다.
이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김성근 감독은 “김강민은 늙었더라”는 솔직한 감상을 먼저 전했다. 이어 “나중에 나이를 확인해 보니 41세 던데 그게 흥미로웠다. 우리나라도 그런 선수를 많이 (현역으로) 남겨놔야 하는데 선수는 모자라는데도 자꾸 바꾸니까,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일침을 전했다.
이어 김성근 감독은 “어제 (1차전을) TV로 보니까 어느 타자나 승부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투수도 마찬가지로 여차하면 ‘이 공으로는 절대 안 맞는다’는 게 안 보여 안타깝다. 타자도 마찬가지고. 수비도 역시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KS 1차전 경기력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마침 1차전에선 SSG에서 김광현이 선발로 나왔다. 2007년 신인 당시의 모습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성근 감독은 “그 땐 김광현이 신인이었다. 부담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젠 이겨야 겠다는 의욕이 서두르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피치를 올려서 나중에는 조금 지쳤던 것 같다”며 KS 1차전 김광현의 투구를 평가했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처음으로 걸었던 김성근 감독은 한국에선 한화 감독을 끝으로, 일본에선 올해 소프트뱅크의 감독 고문까지 52년 간 현장 지도자로의 긴 여정을 보냈다.
그런 김성근 감독은 올해 소프트뱅크 감독 고문을 자진해서 그만뒀다. 그리고 최근 ‘지도자 은퇴’라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은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아니 그건 은퇴하는 게 아니었다. ‘52년이라는 지도자 생활이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은퇴했다고 (기사가) 나올 때, 나도 ‘그렇구나’ 싶더라. 끝났구나...” 김성근 감독은 담담하게 자신의 한 시기가 그렇게 마무리 됐다고 인정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김성근 감독은 “없다. 지도자로 스물 여덟살부터 51년이 지났다. 이리저리 생각이 많이 나더라. 어떤 아쉬움도 있었고, 어쨌든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었고. 올해 (감독고문을) 그만두기 전에 2군 선수들이 연습하는 곳에 가본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선수들에게 얘기들을 해주면서 (돌이켜보면) 잘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쉽더라. 더 할 수 있었는데 싶더라”며 지난 야구인생에서 더 잘 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KBO리그의 젊은 선수들을 중에 김성근 감독의 눈에 띈 선수들이 있을까.
“전체적으로 다 좋다. 소질이 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닦아서 탐나게 하느냐가 문제다. 어제나 오늘 보면 제구력이 너무 없다. 그게 경기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깔끔하게 하기도 하고, 그 안에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 KS 1차전은 대한민국 야구 미래에 퀘스천마크(물음표)를 친 경기다. 여기서 뭘 느끼고 배워야 할지, 지도자 전부가 분발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로부터 시작된 김성근 감독의 이야기는 지도자에 대한 일침으로 이어졌다.
긴 지도자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 질문에 김 감독은 웃으며 “순간? 나는 좋은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안 좋게 끝났으니까. 오늘 누군가 그 얘기를 하더라. 가르칠 때. 그 선수가 좋아졌을 때, 성장했을 때”라며 함께 호흡했던 선수들의 성장이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김성근 감독은 “어제 경기를 볼 땐 김강민의 홈런이었다. 그건 쌩쌩할 때도 못 쳤던 홈런인데(웃음), 어젠 딱 깨끗하게 쳤더라”며 다시 한 번 미소 지었다.
내년 WBC,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를 연이어 치러야 할 야구 대표팀에 대해서도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김성근 감독은 “국내무대와 해외무대는 다르다는 걸 충분히 알아야 한다. 타자들은 160km의 빠른 공을 칠 수 있어야 하고 수비도 더 보완해야 한다”며 냉정한 조언을 전했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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