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경찰의 안이했던 대응…尹, 이상민·윤희근 교체 '고심'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112 녹취록 공개했는데 대통령이 그냥 가진 않을 것"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인사폭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경찰이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문책성 인사 조치 없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찰의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또다른 관계자도 전날(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고, 여권에서도 경질을 기정사실화하는데 대통령실은 어떻게 보나'란 질문에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관심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윤 청장 두 사람을 모두 인사 조치할지, 특정 한 사람만 할지 등 인사폭에 쏠린다. 다만 행안부와 경찰의 부실 대응이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는 형국이어서 두 사람을 모두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행안부와 경찰의 부실 대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10월29일 사고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경찰 신고가 열한 차례 잇따랐지만 경찰의 대응은 없었단 점이 지난 1일 공개됐다.
경찰이 밝힌 신고 녹취록들에는 '압사'라는 단어가 총 아홉 차례 언급되며 긴박한 상황을 여실히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접수한 신고는 사고 발생 4분전인 오후 10시11분인데, "야~(비명) 아~(비명),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이라고 비명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담겼다.
그럼에도 이 장관과 윤 청장은 사고 보고를 윤 대통령보다 늦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날 공개한 실시간 보고 현황에 따르면 사고는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발생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46분 뒤인 오후 11시1분 보고받았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각보다 18분 늦은 같은날 오후 11시19분 처음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마저도 경찰이나 소방이 아닌 행안부의 '긴급 문자'를 통해서였다. 해당 문자는 행안부 내부 관계자들에게 유사 시 단체로 발송하는 것으로 이 장관뿐만이 아니라 주요 관계자 모두 같은 시간에 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청장은 세 사람 중 가장 늦게 보고받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은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지난달 30일 0시14분쯤 최초 보고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지 1시간59분 뒤, 윤 대통령보다 1시간13분 늦은 시각이다.
이태원에 인파가 몰려 시민들이 열한 차례 신고한 것이 사실상 무시되고, 대통령에게 정확한 보고 의무가 있는 주무부처 장관과 경찰청장은 대통령보다도 사고 소식을 늦게 접한 만큼 정부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고스란히 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문책성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교(충암고)·대학(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특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 경질을 고심하고 있단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사고를 보고 받은 직후부터 계속해서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사흘 연속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경기 부천과 서울의 장례식장을 비공개로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의를 보일 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 1일 국무회의 이전에 경찰의 늑장 대처를 확인한 후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행안부와 경찰의 부실 대응이 드러나면서 여권에서도 '책임 추궁' 기조로 선회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그리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장관과 윤 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직접적인 주장도 나왔다.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이 장관은 사고 수습 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의 후임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절차에 들어가 빠르면 내주 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내각이 구성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장관 한 자리나 경찰청장이 공석이 될 경우 조속히 메워야 한다는 판단이 있단 것이다.
경찰은 전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후임에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을 임명했다. 윤 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단 언론 보도도 있었으나, 경찰청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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