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되는 걸 고집해?…3년 길잃은 '우승 클로저' 살린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이)형범아, 포심패스트볼 좋은데 왜 맨날 투심패스트볼 던져서 안타 맞아?"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는 올 시즌 막바지에 불펜 투수 이형범(28)을 따로 불러 따끔한 질문을 던졌다. 2019년부터 4년째 마운드 위에 선 이형범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다 답답한 마음에 던진 물음이었다.
이형범은 2019년 기적의 통합 우승을 이끈 마무리투수였다.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한 포수 양의지(35)의 보상선수로 팀에 합류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추격조로 시작해 필승조에 합류하고, 셋업맨에 이어 마무리투수까지 승승장구했다. 그해 67경기에 등판해 6승, 19세이브, 10홀드, 61이닝, 평균자책점 2.66으로 맹활약하며 복덩이로 불렸다.
NC에서는 1군 풀타임도 어려웠던 투수가 단번에 우승팀의 마무리투수까지 올라선 배경에는 투심패스트볼이 있었다. 두산에 오기 전까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자신 있게 던지지 못하는 구종이었는데, 당시 투수 코치진인 김원형(현 SSG 랜더스 감독), 정재훈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아 결정구로 바꿨다. 이형범의 투심패스트볼에 상대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투심패스트볼의 위력이 전과 같지 않다. 2020년 시즌부터는 상대 타자들이 철저하게 분석해 대응했다. 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건 이형범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이 겹쳤다. 팔꿈치와 왼 발목 부상 여파로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올해까지 3년 동안 말 그대로 길을 잃었다. 최근 3시즌 통틀어 62경기에서 1승3패, 1홀드, 1세이브, 59⅓이닝, 평균자책점 5.61에 그쳤다.
권명철 투수코치는 김재호의 지적에 공감했다. 권 코치는 "투심패스트볼 구속이 142~143㎞ 정도 나오던 게 움직임이 없어졌다. 그런데 올 시즌 막바지에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146㎞까지 나왔다. 포심패스트볼이 146㎞까지 나오는데 굳이 투심패스트볼을 던져 상대할 필요가 있나 싶다. 어차피 타자들이 어느 쪽을 많이 던지는지 알고 들어오는데 구종을 바꿔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포심패스트볼이 제구는 약간 흔들렸어도 구속도 잘 나오고, 볼끝도 괜찮았다. (김)재호가 형범이한테 '포심패스트볼 좋은데 왜 맨날 투심패스트볼 던져서 안타 맞냐'고 이야기를 해주더라. 이제는 포심패스트볼을 섞어줘야 한다. 예전에는 다 투심패스트볼로 던졌어도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우승 마무리' 이형범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모인 조언이었다. 이승엽 신임감독 역시 이형범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 1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진행한 마무리캠프에서 이형범이 불펜 피칭을 하자 바로 뒤에 서서 지켜보며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했다.
이 감독은 "이형범이 최근 연습경기에서 제구가 조금 안 좋았다. 또 손에 물집이 터졌다고 해서 불펜 피칭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원래 제구가 워낙 뛰어난 선수라 제구가 잡혔는지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괜찮더라"고 설명했다.
구보 야스오 투수 인스트럭터는 이형범에게 일본 투수들처럼 고관절을 사용해 투구할 것을 주문했다. 왼쪽 고관절을 많이 열어서 릴리스 포인트를 앞쪽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제구도 좋아지고 스트라이크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사령탑은 이토록 모두가 이형범의 부활에 진심인 만큼 다시 씩씩하게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랐다. 이 감독은 "자신감을 계속 심어주고 싶다. 야구를 잘하다가 밑으로 떨어지면 위축될 수 있다. 사람들 보는 눈도 그렇고 팀에서 위상이 낮아지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며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다음 시즌까지 준비할 시간은 많고, 또 많은 준비를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다음 시즌에 뛸 수 있을지 본인이 알 것이다. 연습량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이며 다음 시즌에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랐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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