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맡기면 月30만원씩…"주식 안해도 CMA에 돈 넣는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월급을 받으면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 여유자금을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옮겨 놓는다. 이자율이 연 3.7%에 달하면서 월급 계좌에 그냥 현금을 놀리는 것보다 매일 쏠쏠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CMA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CMA 금리 인상에 나섰다. CMA는 단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증권사 '파킹통장'이다.

증권시장을 떠나는 고객 자금을 붙잡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주가 하락에 상처 입은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은 지난 1일 일제히 MMW(머니마켓랩)형 CMA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CMA MMW형 이자는 기존 3.09%에서 3.69%로 0.6% 포인트 올랐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앞서 두 회사 모두 지난달 13일 MMW형 이자를 기존 2.59%에서 3.09%로 올렸는데, 인상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인상폭을 더 높였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3.04%에서 3.64%로, KB증권은 3.59%로 이자율을 인상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 예탁금을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MMW형, 발행어음형, RP(환매조건부 채권)형 등 다양하다.

MMW형은 한국증권금융의 1일물 예수금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율도 같이 높아진다. 최근 시중금리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MMW형 역시 인상폭이 커졌다.

발행어음이나 RP형도 줄줄이 이자율이 인상되고 있다. 발행어음은 대형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으로 국내에서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4개사만 취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수시로 자금을 입출금 할 수 있는 수시형 △일정 기간 예치하는 만기형 △적금처럼 매월 일정금액을 납입하는 적립형 등이 있다. 1년 만기형의 경우 이자는 최근 연 5%초반대까지 상승했다. 수시형과 CMA 발행어음형은 4개 증권사 모두 3~3.5%대로 이자를 높였다.

발해어음 취급이 불가능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RP를 활용해 2% 후반대 이자를 제시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RP형 CMA 이자율을 기존 2.45%에서 2.95%로 올렸다. SK증권, IBK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기존 2.4%에서 2.9%로 인상했다.

증권사가 최근 일제히 CMA 금리를 높이는 이유는 증시를 떠나는 고객 자금을 붙잡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반 주식계좌의 예탁금 이자는 연 0~1%대로 미미하다. 하지만 예탁금을 CMA 계좌에 넣어두면 연 3%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원금손실 우려가 거의 없으면서도 매일 이자가 붙기 때문에 웬만한 배당주보다 낫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들어 주식 예탁금 1억원을 연 3.69%짜리 CMA에 예치하면 1년에 이자로 약 369만원(과세 전)을 받는다. 한 달에 30만원, 하루만 맡겨도 약 1만원의 이자가 나온다.

높은 이자를 제시해도 고객들의 자금 이탈은 계속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고객 CMA 잔고는 올해 초 59조8000억원에서 지난달 31일 52조7800억원으로 7조원 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이자가 높은 발행어음형만 7조3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자가 거의 없는 예탁금은 71조7000억원에서 48조6000억원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들이 많다보니 예탁금 감소도 빨라지고 있다"며 "CMA는 금리가 높지만 은행권 파킹통장과는 달리 예금자 보호가 안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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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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