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료' 쓰면 내연기관차도 탄소중립이라고?

최민경 기자 2022. 11. 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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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로이터=뉴스1) 한병찬 기자 =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중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자 독일 자동차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탄소중립 합성 연료인 'E-Fuel(이퓨얼)'을 사용하면 내연기관차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EU도 별도 논의를 통해 이퓨얼 사용에 관한 초안을 만들기로 한 가운데 이퓨얼이 완성차업계와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대안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외신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독일자동차협회(VDA)는 "EU가 성급하게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며 2035년 이후에도 이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 등과 혼합해 만든 합성연료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휘발유나 경유 대신 쓸 수 있다.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해 반복 활용한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적인 자원순환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앞서 EU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2035년 이후 승용차와 소형화물차 등 신차의 탄소배출량을 100%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라 완성차업체는 EU 집행위원회가 2025년까지 자동차 생애주기 동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 자동차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EU는 2035년 이후에 이퓨얼로 주행하는 차량의 판매 방안에 관해서는 별도의 초안을 마련해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EU는 우선 2025년까지 중대형 화물차와 특장차에 사용된 합성연료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평가하고, 2035년 이후에도 이퓨얼로만 운행되는 경우 신차 등록 허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U에서 이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탄소중립 수단으로 인정할 경우 완성차업계와 정유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퓨얼은 주유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와 달리 충전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도 기존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바꿔 준다.

실제로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퓨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완성차업체 포르쉐는 2020년 24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멘스와 함께 칠레에 이퓨얼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다. 2026년부터 연 5억L 규모의 이퓨얼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 닛산, 혼다도 2020년 7월 이퓨얼 공동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이퓨얼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친환경 에너지기업인 덴마크의 할도톱소(Haldor topsoe)와 이퓨얼 연구개발을 협력하는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S-OIL(에쓰오일)도 올 초 사우디 아람코와 이퓨얼 기술 개발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아람코와 이퓨얼 관련 협력하기로 했다. 아람코는 현대차에 이퓨얼 적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연료의 설계와 배합 노하우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원유 및 석유제품 트레이딩 사업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이 투자한 미국 '인피니움(Infinium)'도 이퓨얼 전문기업이다. 인피니움은 내년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 이퓨얼 첫 상업생산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이퓨얼이 상용화되기까진 아직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 경제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퓨얼을 만들기 위한 수소 생산에 큰 비용이 들어가고, 이퓨얼 제조 과정에서 고온·고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전력 에너지가 소모된다. 포르쉐는 향후 기술 개발에 따라 현재 L당 10달러 수준인 이퓨얼 가격이 10년 뒤에는 2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수소·전기차를 도입한 자동차보다 비행기, 선박 등 전동화가 어려운 수송 부문 연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술 안정화 및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길게 남아있다"며 "향후 이퓨얼을 활용한 친환경 석유제품 수요 추이를 봐가면서 구체적인 사업화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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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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