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공격 감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담대함'이 최고 대응 방안"

김관용 2022. 11.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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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최영진 중앙대 교수
전술핵 재배치 등 핵보유론, 미 핵우산 확실성 약화시켜
피해 감수한다는 담대함 있어야 핵 공포 벗어날 수 있어
北 선제 공격시 '감당할 수 없는 응징'에 확신 심어줘야
北 핵 포기 불가능…공갈·협박에 겁먹지 않아야 문제 해결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정리=김관용 기자] 핵 억제의 본질은 ‘감당할 수 없는 보복(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적에게 심어 주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한다는 것을 북한이 믿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핵우산의 확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면 북한의 오판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북한의 과시적 발언과 도발이 이러한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핵무기가 정치적·심리적 수단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전 기사: "핵무장론·회유론, 모두 北 핵 전략에 겁 먹었다는 것">

팔·다리 하나 잃더라도…‘전략적 담대함’ 갖춰야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겁먹지 말아야 한다. 핵무기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무기다. 핵폭탄의 위력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NUKEMAP’에 따르면, 10월 21일 현재 2013년 북한이 실험한 10킬로톤 핵무기를 군부대가 밀집한 포천 지역에 투하될 경우 사상자는 1만3000명 수준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가 있는 용산에서 폭발할 경우 8만1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일순간에 발생하는 피해라는 점에서 전의를 상실하게 할 만큼 충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6·25전쟁에서 남한의 인명피해가 17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당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핵무기가 갖고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겁먹고 두려움에 찬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자는 얘기다.

지난 1일 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자는 이를 ‘전략적 담대함’이라 부른다. 팔 하나, 다리 하나 부서지더라도 결단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신이다. 이런 담대함이 있어야 핵무기를 흔들며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에 맞설 수 있다. 전략적 담대함이 중요한 이유는 핵무기의 본질인 공포를 걷어냄으로써 핵무기를 ‘탈전략화’시키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담대한 마음으로 핵무기의 심리적 충격을 흡수하고 나면, 전략적 효과도 사라지게 된다.

전략적 담대함은 만에 하나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군이 아무리 우세한 전력을 갖고 있어도 핵무기 몇 방에 전의를 상실한다면 더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 북한이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개전 초기 핵무기를 통해 막대한 인명피해를 강요함으로써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수할 수 있다는 담대함을 갖고 전의를 불태운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 전쟁은 무기의 경쟁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의지의 시험(trial of will)’이기 때문이다. 약소국과의 전쟁에서 강대국이 패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北 선제공격, 감당할 수 없는 응징 확신 갖게 해야

핵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보다 중요한 억제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 실질적인 억제전력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탐지·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족집게식 응징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늦었지만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같은 방호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완벽한 방어체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돔과 같이 95%의 방어율을 구현한다면, 5%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거부적 억제를 달성할 수 있다. 국민들을 위한 방호시설 구축과 훈련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핵 공격의 실효성을 떨어뜨림으로써 핵 사용의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핵무기가 절대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충분히 대피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상당한 심리적 억제력을 발휘할 것이다.

지난 달 3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 공군의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F-35A 전투기 편대가 청주기지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근본적인 억제는 선제 공격을 감행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응징’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북한 지도부에게 심어주는 일이다. 3축 체계의 한국형 대량응징보복이다. 단, 3축 대응체계에서 강조하는 킬체인, 즉 북한 탄도미사일과 지휘부의 선제적 무력화는 효과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선제적 무력화에는 북핵을 한 방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두려움이 깊게 깔려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해 철도나 저수지를 이용한 북한의 이동형 발사대를 사전에 탐지해 요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소 핵위기와 북한 체제의 안보 불안

북한 체제가 느낄 수 있는 불안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61년 미국의 케네디 행정부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핵을 활용한 선제공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당시 미국은 소련에 비해 핵전력에 있어 열세라고 판단했고,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면 소련과의 핵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1983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소련은 미국과 나토의 모의 핵전쟁 훈련이 실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고의 대응태세를 유지하던 상황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소련 방공장교의 현명한 판단으로 인류 공멸의 재앙은 피할 수 있었다.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간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미국과 소련 지도부도 선제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소가 보인 선제공격의 충동을 북한 지도부가 느낀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약속해줄 필요가 있다.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이나 소련이 그랬듯, 상대의 의도와 무관하게 선제공격을 우려하는 것이 안보 불안의 속성이다.

우리가 핵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난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가 없다면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핵무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북핵에 겁먹지 않는다면, 북핵의 완전 폐기라는 실현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교수는

군사학 전문가로 대한민국 육군과 지상작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의 발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 <전쟁이라는 세계>를 출간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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