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상인들 슬픔속 영업재개 "미안합니다, 먹고 산다는게…"
[파이낸셜뉴스] "경기불황 아래 이태원 대형 클럽들은 사고지역 근방을 제외하고는 진작에 모조리 문을 닫았어요. 애초부터 이곳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게 예견됐던 셈이죠."
서울 이태원 해밀톤 호텔 근방에서 가방 상점을 운영하는 50대 A씨가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참사 후 '추모 휴점'에 나섰던 A씨는 사흘 만인 2일 가게 불을 다시 켰다. 밀린 잔금 처리와 물건 배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A씨는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을 때 이번 일을 본보기로 삼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후 가게 문을 닫고 애도에 동참했던 일부 상인들은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정부의 초동대처 미흡으로 아까운 생명을 잃은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자면 미안한 마음에 가게 문을 닫고 애도를 해야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가게 문을 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상인들은 참사사고 인근 지역에 대해 '처음부터 대규모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던 곳'으로 지목하며 경찰과 지자체의 초동 대처 미흡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추모 동참을 위해 휴업에 나섰던 일부 상인들은 이날부터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상인들은 바닥 청소를 하거나 진열된 물건을 정돈하며 영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압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젊은 영혼 생각에 무거움이 자리했다.
일부 상인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바라보며 애도를 표하면서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A씨는 기자에게 "참사 후 가게 문을 닫는 동안 마음이 몹시 힘들어서 오늘은 문을 열었다"며 "방문하는 손님들도 '살아남은 사람은 일상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시더라"고 토로했다.
또 2년 전 이태원 발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모처럼 상권이 살아나려던 분위기속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2년 전 이태원 클럽발(감염) 피해로 진 빚을 아직 다 못 갚았는데 이번 일이 터져 막막할 따름"이라며 "가죽 장사는 10~12월이 최적기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형 참사로 마음이 무겁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문을 열어야 하는 복잡한 현재 상황이 마음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딸·아들 같은 청년들이 피해를 입어 큰 충격을 받았다. 인근 상인으로서 애도를 표할 길이 휴점 밖에 없었다"며 "속 사정을 드러낼 곳이 없어 한 마디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이번 사고가 경찰·지자체 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행정력 부재'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35년간 양복점을 운영해 온 B씨는 기자에게 "사고 당일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이 이태원파출소를 직접 찾아가 경찰에 현장 통제를 요청했다고 하더라"며 "'우리도 손을 댈 수 없다', '접근이 안된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유흥 상점이 사고 근방인 세계음식문화거리 부근에 몰려 있는 게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래는 이태원 지역 여러곳에 대형 클럽이 분산돼 있었지만 2년전 코로나19 확산이후 대형 클럽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그나마 이태원역과 가까운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유흥업소들이 밀집하게 됐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형 클럽 거리가 세 곳으로 분산돼 있었다"며 "사고 근방을 제외한 클럽 상권이 전부 침체돼 이 곳으로 사람이 몰릴 것을 예측했더라면 (처음부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수만명의 인파가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경찰과 지자체가 좀 더 촘촘한 초동대처를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성 의류 상점을 운영하는 C씨는 "지하철에서 인파가 한 번 내릴 때마다 수만명이 (사고 근방인) 1번 출구로 쏟아져 나온다"며 "지자체, 경찰, 지하철공사가 삼위일체가 돼 사전에 대규모 인파 통제 방안을 찾았어야 했는데 지금은 서로가 '나몰라라' 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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