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김정은 연출 평화쇼

남궁창성 2022. 1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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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5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을 찾았다.

평양을 방문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했다.

당시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정 실장과 악수하는 김 위원장의 왼손에 대통령 금장 휘장이 찍힌 친서가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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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5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을 찾았다. 평양을 방문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했다. 당시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정 실장과 악수하는 김 위원장의 왼손에 대통령 금장 휘장이 찍힌 친서가 들려 있다. 김 위원장 뒤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웃고 있다. 정 실장 뒤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양손을 앞으로 얌전하게 모은 채 부동자세로 서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바짝 굳어 있다.

김 위원장이 정 실장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께서 잠을 설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와대는 당시 이 문제의 발언을 자랑스럽게 언론에 공개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5월 1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29일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포함해 총 열한 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김정은 정권이 새벽에 도발하면 우리 대통령은 자다 말고 일어나 NSC를 소집해야 했다. 우리의 딱한 형편을 빗대 그는 뼈가 있는 발언을 했던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김정은 정권은 다시 도발을 고조시키고 있다. 2일에는 분단 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미사일을 쐈다. 이 미사일은 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를 강타했다. 미사일이 울릉도로 날아가면서 공습 경보가 발령됐고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NSC를 소집해 실질적 영토침해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남북이 4년8개월 전 평양에서 합작했던 ‘평화쇼’는 이제 끝났다. 북한 도발이 영해침범, 공습경보, 주민대피 등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구체화되며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됐던 ‘핵 포로’라는 우려가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comets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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