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고강도 감찰…'꼬리 자르기' 우려도

최의종 2022. 1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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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별감찰팀 운영…이임재 용산서장 대기발령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논란을 놓고 경찰청이 감찰에 나섰다. 감찰이 '꼬리 자르기'가 되지 않으려면 '성역없는 조사'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현장을 대응한 서울 용산경찰서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의사결정과 실행 단계 관계자 전원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은 우선 용산서장 이임재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특별감찰팀은 참사 상황이 경찰청에 '늑장 보고'된 배경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에서 1시간 47분이 지난 이튿날 0시2분이 돼서야 서울경찰청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여 전 이미 압사 위험성이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되는 등 총 11건 신고가 들어왔으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놓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 내 '별도 특별기구'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맡겼다.

다만 윤 청장의 발언이 또다른 논란도 불렀다. 윤 청장은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입장 표명 브리핑에서 '"국수본부장과도 상의해야 할 텐데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상 경찰청장은 수사 사무의 경우 개별 사건 수사에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고,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중요한 사건은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서만 지휘가 가능하다. 이 경우 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윤 청장 발언은 이태원 참사 수사를 경찰청장이 '개입할 만한 사안'으로 보고 남구준 국수본부장을 통해 지휘·감독하겠다는 뉘앙스로 비치기도 한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사무는 국가·자치·수사로 나뉘면서 수사 사무는 국수본부장이 맡는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감찰과 수사를 같이 하는 별도 조직을 만들겠다는 뉘앙스라며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수본이 있는데, 브리핑 당시 발언은 '통상 절차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사과한다며 내놓은 대책도 성급하게 내놓았다"고 봤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현장을 대응한 서울 용산경찰서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의사결정과 실행 단계 관계자 전원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다만 경찰청은 '별도 특별기구'로 김호승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하는 15명 규모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혀 '수사'와는 거리를 뒀다. 국수본은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를 독립성을 갖춘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전환했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경찰청과 서울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안전관리본부, 이태원역, 서울소방재난본부 방재센터, 용산소방서, 다산콜센터 등 총 8곳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감찰과 달리 형사처벌 필요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초기 대응 적정성을 조사하는 감찰이 일선에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 자르기' 식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책임은 행정안전부 등 정부와 경찰청, 서울경찰청 등 윗선에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A씨는 1일 경찰 내부망에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용산서가 서울청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장의 '신고 대응 미흡 발언'은 무능한 경찰관으로 낙인찍은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용산서 교통과에서 서울청 교통과에 요청해 기동대 20명이 투입됐다"며 "112상황실 쪽에는 기동대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참사 이후에야 660명 기동대 경력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감찰 결과에 모두 승복하려면 행안부와 경찰청을 포함하는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를 일선에 떠넘기는 모양새로, 행안부 등 정부와 경찰청장 등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민간 전문가와 경찰이 함께 진상을 조사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연합대표는 2일 "이태원파출소에 들러 상황과 직원들 의견을 들었다"면서 "현장 직원이 표적 감찰 대상이 돼서는 안 되고, 조사 동석자로 직협이 참여하겠다"고 윤 청장에 제안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들었다고 밝혔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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