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INSIGHT] 원자재·인건비·채권 ‘3연타’ 대형건설사도 ‘녹다운’
타격 큰 건설업 고용에도 악영향
도 건설업 근로자 한달새 5% 줄어
레고랜드 사태 자금시장 ‘그로기’
일평균 채권거래액 한달새 21%↓
“도 대부분 하도급… 발주도 줄어”
■ 인건비·원자재·채권 3중고에 건설업 ‘흔들’
2일 제강업계에 따르면 11월 철근 기준가격이 t당 92만1000원에서 98만4000원으로 6만3000원(6.84%) 인상됐다. 2011년 기준가격 체제 도입 후 사상 최대 인상폭이었던 지난 5월(t당 6만2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시멘트 제조사가 t당 공급가격을 기존 9만800원~9만4000원 수준에서 10만4800원~10만 6000원까지 11.7%~15.4% 가량 끌어올렸다. 시멘트 단가 인상은 건설 원자재 비용 급등에 따른 연쇄 효과로 시멘트 원가의 20~30%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치솟은 원자잿값에 공사수주를 얻더라도 만족하기는 어렵다. 또 인건비마저 오르고 있어 부담은 겹겹이 쌓여간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은 강원도 건설업 고용 동향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9월 도내 건설업 근로자는 7만7000명으로 전년동월(8만1000명)보다 4000명(5.2%) 줄며 광공업(-11.7%) 다음으로 하락세가 컸다.
또 일용근로자도 3만9000명으로 4만명대가 무너지며 지난해(4만8000명)보다 17.6% 급감했다. 어려운 건설업계 환경만큼 고용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금리 인상에 맞춰 뜨거워야 할 채권 투자 열기도 레고랜드 사태라는 암초를 만나 차갑게 식고 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자 자금시장이 경색됐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채권거래금액은 16조3200억원으로 전월(20조2579억원)대비 4조4379억원(21.4%)이나 줄었고, 지난 9월 7거래일이나 됐던 일일 20조원 이상 거래도 없었다. 또 신용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뛴 상황이라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AA 신용등급 회사채 1년 만기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달 27일 기준 1.471%p로 2009년 3월 27일(1.486%p)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건설업계는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조차 받기 어려운 최악의 자금시장에 초비상 상태이다.
실제로 대우건설(1000억원), 효성중공업(700억원), 롯데건설(300억원) 등 대형 건설사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으로 운영이 어려운 중소건설사가 주로 쓰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또 회사채 발행도 어려움을 겪으며 만기가 가까워지는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는 건설사들도 등장했다. 포스코건설은 110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용 회사채로 발행하지 않고 현금으로 상환했고, 삼성물산도 이달 500억원 수준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 도내 건설사 경기 위축 우려
대형 건설사들의 위태로운 자금 줄타기에 도내 중소 건설사들은 걱정이 커진다.
장병묵 부광종합건설 대표는 “강원지역의 경우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을 맡는 경우가 많아 피해는 더 확산되고, 규모가 작은 도내 기업들의 경우 한 달만 돈을 받지 않아도 무너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게다가 지자체에서도 발주가 주춤한 상황이라 자금경색과 함께 수주마저 없어진다면 버틸 수 있는 도내 건설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건설협회도 건설비용 상승과 함께 노조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부담으로 도내 건설업자들이 일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오인철 대한건설협회 강원도회장은 “현재까지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나 아파트 사업을 하는 인원의 경우 자잿값과 인건비, 금리마저 오른 상황에 대출을 못 받는다면 한마디로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며 “도내 A 아파트도 1~2년 전에 착공한 것들이 현재 100억원 가까이 적자가 나 분양가를 올리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특별자치도가 된다면 여러 가지 규제를 개혁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건설업도 부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석 대한전문건설협회 강원도회장은 “지자체에서도 발주 공사 물량이 줄어드는 등 올해 워낙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평생 건설업을 해오던 대표들도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특히 정부가 연초 노조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는 나섰으나 현실은 나아진 것들이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도내 기업들은 한 번만 해당되더라도 사업을 접어야하는 위험 부담까지 있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jungwooj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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