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극우'인 줄 알았는데, 행보는 온건하네...멜로니,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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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신임 총리 조르자 멜로니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EU를 대놓고 불신하고, 소수자 인권에 한없이 박한 그가 이탈리아 총리가 되면, 우크라이나 지원은커녕 이탈리아가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었다.
멜로니 총리가 취임 후 EU 체제 인정,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 등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극우' 노선과는 거리를 두려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멜로니 총리가 주창해온 '이탈리아 우선주의' 또는 보호무역주의를 시사한단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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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성차별 흔적 곳곳에... 불신은 여전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후계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반유럽연합(EU) 성향···.
이탈리아 신임 총리 조르자 멜로니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EU를 대놓고 불신하고, 소수자 인권에 한없이 박한 그가 이탈리아 총리가 되면, 우크라이나 지원은커녕 이탈리아가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었다.
하지만 취임 후 그에 대한 평가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예상외로 '온건하다'는 안도 섞인 반응도 나왔다. 멜로니 총리가 취임 후 EU 체제 인정,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 등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극우' 노선과는 거리를 두려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불신이 모두 걷힌 건 아니다. 그가 단행한 인사와 정부 조직개편 등 그의 정치 행보 이면엔 여전히 극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그가 EU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진짜 얼굴을 잠시 가리고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NATO∙친EU" 메시지로 국제사회 안심시킨 멜로니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취임했다. '1922년 무솔리니 집권 후 가장 극우적인 정권이 출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취임 직후 멜로니 총리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집중했다. 지난달 25일 70분짜리 첫 국정 연설은 '내가 얼마나 안전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그는 파시즘을 포함한 극단주의를 비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유대인 등 소수자를 억압하기 위해 무솔리니가 1938년 제정한 인종법을 거론하며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수준 낮았던 때"라고 표현, 무솔리니와 거듭 선을 그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 체제를 강력히 지지한다"고도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나토·EU·우크라이나 측과의 연쇄 전화 통화에서 '이탈리아는 늘 곁에 있겠다'고 안심시켰고, 내각의 가장 핵심인 재무·외무 장관에 친EU 인사도 배치했다.
'주권' '출산' 강조하는 부처명… 대외용 메시지 관리만?
그러나 찜찜한 구석은 여전히 많다. 멜로니 총리는 최근 같은 당 소속 갈레아초 비냐미 의원을 지속가능인프라모빌리티부 차관으로 기용했는데, 비냐미 의원은 2016년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새겨진 완장을 차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최근 도심에서 열린 무솔리니 우호 집회를 정부가 방관한 점도 눈총을 샀다.
취임하며 바꾼 부처 명칭도 의미심장하다. 농림식품부에는 '주권'이란 단어를 추가했고, '경제개발부'는 '기업부'로 바꾸면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란 문구를 넣었다. 이는 멜로니 총리가 주창해온 '이탈리아 우선주의' 또는 보호무역주의를 시사한단 해석이 많다.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여전해 보인다. 평등가족부에는 '출산'을 붙였고, 장관으로 임신중지(낙태)를 부정하는 인사를 앉혔다. 끝내 철회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공식 명칭 앞에 여성을 뜻하는 정관사 '라(la)' 대신 남성 관사인 '일(il)'을 붙이겠다고 해 빈축도 샀다. 강력한 친EU∙친나토 메시지에 묻히긴 했지만 국정연설에서 그는 강경한 이민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거듭 확인했다.
이러한 모호함은 '멜로니식 실용주의'란 평가가 있다. 국제사회에 밉보여서 이탈리아가 득 볼 것이 없기 때문에 대외용 메시지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2026년까지 EU로부터 코로나19 회복기금 1,915억 유로(268조 원)를 받기로 돼 있다. 멜로니 총리가 진짜 색깔을 드러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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