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경질설에 말 아끼는 대통령실···여당 내부 사퇴 요구 등장

김현빈 2022. 11.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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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여권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하면서도 경찰ㆍ소방 등 재난과 안전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론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참사의 원인, 경찰의 대응 문제 등을 먼저 조사하는 게 책임자 경질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진상규명도 하기 전에 국면전환을 위해 누군가를 경질한다든지, 누군가에게 사의를 표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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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 대응에 대한 진상규명이 먼저" 입장만 반복
윤석열(뒷줄 오른쪽)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여권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하면서도 경찰ㆍ소방 등 재난과 안전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론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선 진상규명'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 장관의 실언이 여론을 악화시킨 만큼 경찰 문책으로만 끝날 수 없다는 게 딜레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참사의 원인, 경찰의 대응 문제 등을 먼저 조사하는 게 책임자 경질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진상규명도 하기 전에 국면전환을 위해 누군가를 경질한다든지, 누군가에게 사의를 표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이 ‘선 진상규명’ 원칙을 내세움에 따라 당장은 경찰 수뇌부 문책론에 그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의 부실 대응 관련 보고를 듣고 격앙돼 질책한 만큼 문책 대상을 경찰 수뇌부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질 대상을 이 장관보다는 서울청장 혹은 경찰청장까지로 보는 기류”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서울광장 앞 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이 장관이 동행한 것을 놓고도 정치권 의견이 분분했다. 대통령실은 재난을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유일하게 조문을 함께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야당이 이 장관 해임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 '진상규명 후 판단' 등으로 견해가 갈리고 있다는 게 변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원인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경고했다. 당정의 투톱 모두 경찰 책임 수뇌부 문책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장관 문책론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여당 내에서조차 이 장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도 "이 장관과 윤 청장은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빨라야 한다"고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일 뿐 이 장관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당장은 대통령실이나 당이 나서서 이 장관 경질을 언급하는 건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도 "책임 소재가 가려지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여론의 기류대로 문책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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