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일터이자 집이었다"…외국인들도 '트라우마' "한국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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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만난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했다.
참사 당일 밤 나탈리아의 한국인 남편은 아내와 통화 연결이 되지 않자 위치를 추적했다.
그는 "내 친구도 이태원에 두 번 방문했는데 두 번 모두 인파에 끼었다고 했었다"며 "사실 한국, 특별히 서울은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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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비슬 권진영 임세원 기자 = #1. 러시아인 나탈리아(41)는 악몽으로 끝난 핼러윈 데이 축제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만난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했다.
참사 당일 밤 나탈리아의 한국인 남편은 아내와 통화 연결이 되지 않자 위치를 추적했다. 아내의 휴대전화 위치가 이태원으로 나오자 남편은 인천에서 이태원으로 달려왔다.
나탈리아는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남미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오후 7시24분쯤부터 사람이 이 정도로 많았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은 평생 처음 봤다"고 말했다.
사이판과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다 이태원에 정착한 건 1년 전이었다. 한국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로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도 안겼다.
#2. 이태원 인근 직장에서 근무하는 프랑스인 아니스(28)도 출근길 이태원역에 내릴 때마다 떨리는 다리를 주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니스는 "사람들이 TV로 보는 장면을 그날 밤 나는 실제로 봤다"며 "몸이 떨렸다. 어디로 가든 심폐소생술(CPR)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심하다"며 "잠들 때도 그날 봤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 땀을 엄청나게 흘리면서 패닉 상태로 잠에서 깨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를 목격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외국인들은 항상 이곳을 지나다닐 수밖에 없어 그날을 매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참사 이후 사고 현장과 합동분향소 등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밀집'에 둔감하다고 지적한다.
◇"이태원·홍대…빽빽한 서울 인구에 놀라"
2개월 전 독일에서 온 직장인 옐다는 서울의 인파에 놀란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친구도 이태원에 두 번 방문했는데 두 번 모두 인파에 끼었다고 했었다"며 "사실 한국, 특별히 서울은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옐다는 "불과 몇 주 전 여의도 불꽃놀이 축제 당시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한국에 오면 다들 이태원을 가고 싶어 하는데 이번 참사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호주에서 온 르네(23·여)는 "밤에 홍대에 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막 밀치기에 '이렇게 좁은 공간에 어떻게 사람을 밀어 넣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의 공공안전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정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 "한국서 이런 일 생길 줄은"…관광객 애도 발걸음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예기치 못한 사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관광지 대신 추모공간을 찾아 애도를 표하는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두 번째 한국 여행 중인 태국인 파타라퐁산(46)에게 사고는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서울 도착 후 피곤한 마음에 약속을 미루고 잠든 사이 가족들과 친구들의 전화가 수십통 와 있었다.
그는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며 "한국은 안전 기준이 높은 편 아니냐. 한국과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친구들도 애도기간에 영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을거라고 말해줘서 사고 다음 날 일정 절반을 취소했다"며 "이해한다. 그 분들의 잘못이 아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고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세 번째 방문한 핀란드인 선교사 크리스티나(69·여)는 "한국은 질서 유지를 잘하는 나라고 사고 이후에도 잘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파가 몰렸던 건 누구도 통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아이를 잃은적이 있어서 아픔을 알고 있다"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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