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외부 호재에만 의존… 상·하원 다 내줄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2. 11. 3.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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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간선거… 잇단 여론조사서 뒤처져 초비상
계속 악화되는 경제상황이 원인
공화당 총공세… 막판 ‘바람몰이’
민주당, 마땅한 대응 어젠다 없어
패배땐 법인세 인상·총기규제 등
‘바이든 계획’ 줄줄이 폐기될 듯
지난 1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메모리얼대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 유세에 참석해 플로리다 주지사와 상원의원 후보인 찰리 크리스트(왼쪽)와 밸 데밍스의 팔을 치켜들며 활짝 웃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둔 1일(현지 시각) 공화당 지지율이 막판 상승세를 타면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하원 뿐만 아니라 상원까지 휩쓸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자 민주당 및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선 “선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의제들이 공화당에 의해 줄줄이 폐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2~26일(현지 시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선거가 실시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46%가 공화당이라고 대답했다. 민주당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44%였다. 지난 8월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47%로 공화당(44%)에 3%p 앞섰는데 흐름이 뒤바뀐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는 여론조사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도 이날 오후 9시30분 기준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을 51%로 예측했다. 하원은 공화당 승리 확률이 83%로 압도적이었다. 상원의 경우 이 사이트는 지난 몇 달간 민주당 승리 확률을 더 높이 평가했고 전날까지도 50대50 동률이라고 판단했는데 선거 막바지 공화당이 무섭게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변화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 위기를 돌파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뚜렷한 어젠다’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선거 기간 ‘천수답’식 전략을 구사했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외부 호재’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보수 성향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직후 여성들의 유권자 등록이 급증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올랐다. 7월부터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 전역 휘발유 값이 일부분 안정되면서 친여 매체들 사이에선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로 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인 OPEC+(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자 민주당 상승세는 멈췄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데도 “미국 경제는 문제없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쳤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뚜렷한 메시지’도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판세를 바꿀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결국 문제는 경제”라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 어젠다’를 내놓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뛰고 있는 유가를 의식해 “석유 회사를 상대로 징벌적 과세 추진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반향은 크지 않다. 실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내용인데 공수표만 남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간선거 전반에 흐르는) 민주당의 통합된 메시지가 없다는 인식이 민주당 지도부에서 커지고 있다”며 “‘경제난’에 대응해 민주당은 그간 ‘낙태권 위기’ ‘(공화당에 의한) 사회 안전망 파괴’ 등 산발적인 의제를 앞세웠는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법인세 인상, 기후 변화 대응, 총기 규제 등을 앞세운 ‘바이든 이니셔티브(계획)’가 줄줄이 막히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미 언론들은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잃을 경우 (큰 정부를 표방한) 바이든의 국내 의제는 ‘뉴딜 2.0′ 수준에서 집권 첫 2년간의 (일부) 성과를 지키는 데 급급한 참호전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은 상·하원 다수를 차지할 경우 지난 8월 민주당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기후 변화 지출, 대기업 증세 등에 대한 폐기 표결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낙태 접근 추가 제한, 이민 강력 단속, 화석 연료에 대한 연방 규제 축소 및 인센티브 부여 등을 입법화하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다.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한 각종 청문회를 실시해 행정부를 압박하거나,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하는 판사나 대사 등 주요 직위에 대한 인준을 계속 미뤄 ‘행정부 공백 사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민주당이 패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불출마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WSJ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2024년 대선 ‘리턴 매치’ 시나리오에서 트럼프와 동률(각각 46%)이었다. 지난 8월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6%p 차로 앞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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