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승감독 오면 만사 OK? KBO 진짜 우승청부사는 단 1명 뿐이었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2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올해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그 어느 때보다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마침 LG가 류지현 감독과 맺은 2년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 LG는 이미 그룹에 류지현 감독을 포함해 감독 후보군을 추려 보고를 마친 상황이다. 이제 구본능 구단주대행의 선택만 남았다.
LG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실 류지현 감독은 야수진의 뎁스를 키우고 불펜투수진의 혹사를 방지하는 관리가 철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단기전에서의 운용은 이번에도 물음표를 나타냈다.
감독 교체를 원하는 LG 팬들은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을 모셔와야 한다"라고 '우승청부사론'을 펼친다. 특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고 그 기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달성한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편다. '단기전의 마술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KBO 리그에 '우승청부사'는 실제로 존재할까.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KBO 리그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감독은 총 17명(김영덕, 김응용, 강병철, 백인천, 이광환, 김인식, 김재박, 이희수, 선동열, 김성근, 조범현, 류중일, 김태형, 김기태, 트레이 힐만, 이동욱, 이강철)이 있다. 마침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우승 경력이 없는 김원형 SSG 감독과 홍원기 키움 감독이 맞붙고 있으니 곧 18번째 우승 감독이 탄생할 것이다.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은 재취업 확률도 높았다. 그렇다면 우승 감독을 데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낸 사례는 얼마나 있었을까.
놀랍게도 단 1번 밖에 없었다. 해태(현 KIA)에서 'V9'이라는 전설을 이룩한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은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면서 진정한 '우승청부사'로 명성을 드높였다. 1982년 OB(현 두산)의 원년 우승을 이끌었던 김영덕 전 빙그레(현 한화) 감독도 1985년 삼성의 전후기 통합 우승을 이끌기는 했지만 OB를 떠나고 난 뒤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과 마주하지 못했다. 대신 눈물 겨운 준우승만 6번이 있었다.
LG도 그랬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만족한 LG는 김성근 감독을 내보내고 1994년 신바람 V2를 이끌었던 이광환 감독을 다시 영입했지만 그때 그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현대에서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김재박 감독은 2007년 LG 감독으로 취임했으나 임기 3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 조차 해내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 역시 2018~2020년 LG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역시 우승과 인연은 없었다.
오히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남아 있는 1994년에 우승의 영광과 함께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우승 감독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광환 감독은 미국과 일본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선진야구를 탑재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도 1989~1990년 OB에서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그럼에도 LG는 이광환 감독의 야구 철학에 반해 1992년 'OB에서 실패한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요즘 같았으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날 만한 감독 선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광환 감독 체제로 거듭난 LG는 1993년 플레이오프 진출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더니 1994년 통합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물론 우승에 아깝게 실패한 팀의 입장에서는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을 영입해서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첫 번째 사진)과 김응용 전 감독의 삼성 시절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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