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첫 공습경보… 주민들 “진짜 전쟁 났나” 종일 떨었다

울릉/권광순 기자 2022. 11. 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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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초유의 도발에 주민들 불안과 혼란
공무원은 10분만에 즉시 대피
대피 문자가 25분 늦어지면서
일부 주민 “민방위 훈련하는 줄”
대피소 위치 몰라 당황하기도
속초 등 동해안도 불안한 하루
“미사일이 바로 속초 앞바다에…
언제 또 쏠지 몰라 너무 겁난다”
北도발에 한산한 속초 ‘아바이마을’ - 북한이 울릉도 부근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강원도 속초에 있는 ‘아바이마을’의 모습. 이날 미사일 발사로 경북 울릉군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서 울릉도 주민들과 속초를 비롯한 인근 강원 해안가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뉴스1

북한이 2일 오전 탄도미사일을 울릉도 부근 동해상으로 발사해 경북 울릉군에 공습 경보가 발령되면서 울릉도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날 미사일은 강원도 속초 동쪽 57㎞, 울릉도 서북쪽 167㎞에 낙하했다. 이 때문에 속초 등 강원 동해안 주민들도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울릉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5분쯤 공습 경보 사이렌이 군 전역에 3분간 울렸다. 공습 경보 사이렌은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항공우주작전본부의 요청을 받아 발령한다. 공습 경보는 이날 오후 2시 해제됐다.

울릉도에 공습 경보가 발령된 건 처음이다. 사이렌 소리에 놀란 주민들은 전쟁이 난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울릉도 주민 주수창(62)씨는 “아침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려 맨몸으로 집을 뛰쳐나왔다”면서 “집 밖으로 나가보니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이 ‘전쟁 난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김영숙(58)씨는 “주민뿐 아니라 도동항 주변에 몰린 관광객들이 사이렌 소리에 전쟁이 난 줄 알고 두려워했다”며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몰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울릉군이 대피 안내 문자와 대피 방송을 늦게 보내 주민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오전 8시 55분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는데 울릉군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문자를 보낸 시각은 오전 9시 19분 37초였다. 공습경보 발령 후 25분쯤 지난 후였다. 대피 방송은 이보다 늦은 오전 9시 40분쯤으로, 공습 경보가 발령되고 45분이나 지난 뒤였다. 울릉군 관계자는 대피 안내 문자와 방송이 늦은 이유에 대해 “공습경보가 울리는 상황을 처음 겪다 보니 경보가 울린 경위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군 단위 대응 회의 등을 하다가 부득이하게 주민 안내가 늦어졌다”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가 공습경보를 발령할 경우엔 지자체에서 대피 문자 및 방송을 한다”면서도 “중앙 부처가 공습경보를 발령할 경우 지자체가 대피 문자 및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했다.

반면 울릉군은 공습경보가 발령된 지 10분이 지난 오전 9시 5분 군청 내부망을 통해 ‘공습경보 발령, 전 직원 지하 대피’ 메시지를 보냈다. 대피 지시를 받은 공무원들은 지하 대피소로 즉시 대피했다.

대피 안내가 늦어지면서 일부 주민은 공습경보 사이렌을 듣고도 무슨 일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다. 김해수 울릉어업인연합회장은 “사이렌이 울렸지만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대다수 주민이 그냥 민방위 훈련인 줄 알고 일상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울릉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명진(50)씨는 “지진·해일을 알리는 경고인 줄 알았다”고 했다. 주민 이모(45)씨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공습경보를 알게 됐다”며 “진짜 미사일이 떨어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만 해도 무섭다”고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울릉군의 주민 대피 시설은 8곳으로 317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전체 주민 9013명 대비 수용률은 35.2%다.

강원 동해안 지역 주민들도 불안감에 떨었다. 속초시민 김수창(45)씨는 “공해상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떨어진 지점을 보면 속초 앞바다와 다름없다”며 “언제 우리 영토를 노리고 미사일을 쏠지 몰라 겁이 난다”고 했다. 최일만(58)씨는 “만약의 상황을 위해 대피소 위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 봤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원도 한 커뮤니티 회원은 “점점 더 (북한의) 도발이 심해지는데 불안하다”고 썼다. 경북 포항 지역 한 맘카페에는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닌지 무서워 짐을 싸놨다”는 글이 올라왔다.

강원도 철원과 화천, 고성 등 접경 지역 주민들도 북한의 도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희섭(58) 철원 동송읍 양지리 이장은 “DMZ(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밭에서 일하다가 철수 명령이 내려져 사달이 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 현내면 명파리의 이종복(66) 이장은 “큰 동요는 없지만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까 우려하는 주민도 있다”고 했다.

어선이나 여객선 운항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 9시 20분 포항에서 출발해 울릉 도동항으로 가려던 썬라이즈호는 공습경보로 20분가량 출발이 늦어졌다. 강릉, 울진, 속초 등에서 울릉도를 향해 가던 배들은 공습경보로 한때 회항하기도 했다. 또 동해 최북단 저도 어장에서 조업하던 어선 71척도 긴급 철수했다.

/울릉=권광순 기자, 속초=정성원 기자,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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