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곡물수출 협정 복귀…푸틴 "약속 어기면 다시 중단"(종합2보)

신정원 2022. 11. 3. 03: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세바스토폴 피격 후 중단했던 합의 나흘 만에 재개
푸틴 "튀르키예行은 안 막아…최빈국엔 계속 공급"

[오데사=AP/뉴시스] 곡물을 실은 선박이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에 정박해있다. 2022.07.29.

[서울=뉴시스] 김재영 신정원 기자 =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한 지 나흘 만인 2일(현지시간) 협정에 다시 복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로를 다시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또 다시 합의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으로 "지금 받은 보증 내용이 충분한 것으로 여겨지며 합의안 이행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보증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날 앞서 서면으로 한 것을 가리키며 다시 이행하기로 한 합의안은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중재로 지난 7월22일 서명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흑해항 수출' 건이다. 서면 보장은 우크라이나가 흑해 수출 항로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안보회의에서 "튀르키예와 유엔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게 받은 서면 보증이 곡물 거래를 재개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이에 국방부에 합의안 이행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이 보장을 위반할 경우 러시아는 협정에 다시 중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동시에 "튀르키예로 가는 곡물은 막지 않을 것"이라며 또 이 협정과 상관 없이 최빈국에 대한 곡물 공급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협정을 무기한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당일 이른 새벽 크름반도 세바스토폴항 내 흑해함대 함선들이 폭발되는 공격을 받았으며 이는 우크라가 영국 해군팀의 도움을 받아 드론 16대를 동원해 저지른 '테러' 행위라고 비난한 직후였다.

러시아가 흑해함대 공격을 합의안 불참으로 연결시킨 것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용으로 엄격히 제한된 흑해의 안전회랑을 이용해 함대를 공격했다"는 의심에 기인한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하면서 러시아 자신의 관리 부실을 남한테 뒤집어 씌우고 있으며 식량을 무기로 협박 공갈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결국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서면 보증서를 보냈다. 전날 오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고르 코나샤코프 소장은 "수출 허용의 흑해항 및 흑해 내 좁은 안전 항로를 이용해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면 보증을 우크라이나가 보내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합의안 복귀 신호는 일찍부터 감지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소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의 안전항로 이용 공격 혐의를 거듭 제기하면서도 러시아는 이 합의안을 "(완전) 중단시킨 것이 아니라 (일시) 보류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불참 발표 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굶주림을 무기로 사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위원장은 즉각 복귀를 요구했고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이를 강력히 촉구했다.

합의안 성안에 큰 공을 세웠던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러시아의 주저에도 불구하고 이 식량 수출 합의안은 인류에 대한 봉사로서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나토 동맹이면서 상당한 신뢰감을 표하고 있는 튀르키예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러시아 재개 결정에 큰 힘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

7월22일 합의안 성안 후 8월1일부터 오데사, 유즈니 및 초르노모르스크 등 우크라 통제 3개항에서 우크라 곡물의 수출이 시작돼 현재 1000만t에 육박하고 있다.

합의안의 1차 기한은 120일로, 11월19일까지 유효하다. 러시아가 합의안 불참을 발표하기 하루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합의안 연장을 촉구했다.

그러나 수출 시작 한 달이 지나지 않은 8월 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출 곡물이 대부분 굶주림과는 상관없는 잘사는 유럽 나라로 가고 정작 곡물이 필요한 아프리카 등에는 별로 가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합의안 수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세계 곡물 수출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년 8000만t의 보리, 옥수수, 밀 및 해바라기유 등을 수확 생산해 이 중 5000만t을 수출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창고에 남아있던 2000만t의 곡물 대부분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jwshi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