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벌써 닫혔는데, 창고만 많이 만들었네

신수지 기자 입력 2022. 11. 3. 03:02 수정 2022. 11. 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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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특수에 쏟아진 물류센터
온라인쇼핑 줄어들자 ‘공급 과잉’

시가총액이 1002억달러(약 142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물류센터 개발업체인 미국 프로로지스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때 신규 물류센터 투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프로로지스는 세계 19국에서 약 9290만㎡(약 2810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아마존·페덱스·홈디포 같은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하미드 모가담 프로로지스 CEO(최고경영자)는 “금리 인상과 유럽 에너지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경제 성장과 물류 수요를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물류 창고.

국내에서는 배달 플랫폼 ‘부릉’으로 유명한 메쉬코리아가 최근 새벽 배송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고 식자재 유통과 물류센터 사업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수년간 전국 450여 곳에 도심형 물류센터 등 물류 거점을 만들면서 사업을 확대했지만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리던 물류센터 시장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류센터 붐을 이끌었던 전자상거래 수요가 팬데믹 완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감소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으로 물류센터 건설과 유지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물류센터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즉시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철수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면서 식료품 보관을 위한 저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퀵커머스 철수에 저온센터 공실률 급증

2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 공급된 물류센터 면적은 총 171만6000㎡(약 52만평)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상반기(105만6000㎡)와 비교해 63%나 늘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유통업계에선 신선식품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 등 퀵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다. 원활한 배송 서비스를 위해 저온 물류센터 수요가 급증했고, 단기간에 투자가 집중됐다. 저온 물류센터는 냉장·냉동 시스템을 설치해야 해 일반 물류센터보다 건설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단위 면적당 임대료가 1.5~2배 정도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물류센터 중 저온 창고 비율은 작년까지 13.2% 수준이었지만, 올해 공급 예정인 물량을 포함하면 17.7%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올 들어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물류 부동산 시장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G마켓은 새벽 배송을 도입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10월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에 앞서 롯데·GS리테일·BGF 같은 유통 대기업들도 줄줄이 즉시 배송 시장에서 발을 뺐다. 코로나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온라인으로 신선 식품을 사는 수요가 감소한 데다가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선점한 새벽 배송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퀵커머스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저온 물류센터를 찾는 수요가 꺾였고, 공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수도권 내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일부 지역에서 6~7%까지 올랐다. 상온 물류센터 평균 공실률은 1% 안팎이다. 지난 2년간 가파르게 올랐던 저온 물류센터 임대료 역시 올해는 보합 수준이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장은 “과잉 공급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로 올 4분기엔 물류센터 투자나 거래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물류센터 69곳 닫거나 개장 연기

미국에서도 전자상거래 성장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물류센터 임대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기업이 새롭게 임대한 물류센터 규모는 1515만㎡(약 458만평)로 직전 분기(1927만㎡) 대비 21% 감소했다. 물류센터 임대 수요가 정점을 찍었던 작년 2분기(2336만㎡)와 비교하면 35% 줄어든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까지 물류센터 규모를 줄이고 있다. 아마존은 올 들어 물류센터 21곳을 폐쇄했고, 개장 예정이던 48곳에 대해선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부동산분석회사 그린스트리트의 빈스 티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물류센터 공실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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