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저금리 시대에나 통했던 정책 고칠 때 됐다

나지홍 경제부 차장 2022. 1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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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이던 예금금리 5% 되면서
건보·종합과세 등 혼란 예고
고금리·고물가 환경 변화 맞춰
비정상적 세금 정상화해야

작년까지 연 1%대였던 정기예금 금리가 5%까지 급등한 것이 이자나 배당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 은퇴자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료 폭탄이다.

올해 9월부터 건보료 부과 체계가 바뀌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연간 소득기준이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됐다. 직장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던 은퇴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2000만원은 큰 금액 같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국민연금이 소득에 포함된다. 매달 9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연간소득이 1080만원으로 잡히는 것이다. 이 경우 이자나 배당소득이 연간 92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다. 금리가 2%일 때는 연간 1000만원 이자를 얻으려면 원금 5억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5% 시대에는 2억원만 맡겨도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노후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에 열심인 월급쟁이들도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10년째 2000만원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2000만원까지 금융소득은 15.4%(지방세 포함)의 세율로 원천징수되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쳐 소득세 누진세율(최고 49.5%)이 적용된다. 연봉 7000만원인 직장인이 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26.4%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원래 거액 재산가들을 겨냥한 세금이었다. 첫 도입된 1996년엔 4000만원을 넘어야 종합과세 대상이 됐다. 당시 4000만원이면 대기업이나 은행 신입사원 연봉의 2배가 넘었다. 이 기준은 물가가 오르는데도 바뀌지 않다가 2013년부터는 되레 2000만원으로 강화됐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연봉으로 환산한 금액(2297만원)보다 적다.

종합과세 기준 강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것은 저금리 영향이 컸다. 금리 2%에 2000만원 이자를 받으려면 금융자산이 10억원은 있어야 했고, 이 정도면 부자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금리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5% 금리 시대에는 4억원만 있어도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 저금리 덕분에 지탱해왔던 종합과세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꿀 때가 된 것이다.

저금리와 자산버블 시대에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도 고금리·고물가에 맞게 고쳐야 할 과제다. 문재인 정부가 세금과 대출 규제 등 온갖 무리수까지 동원해도 잡히지 않던 집값은 올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값 하락이란 목표가 달성됐는데도 야당이 세금폭탄이란 수단을 고집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특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다주택자 중과세는 이참에 없애는 게 옳다고 본다. 다주택자를 봐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주택자는 종부세 도입 때부터 1주택자보다 공제를 덜 받는 방식으로 세금을 더 내왔다. 그런데 문정부는 다주택자 세율을 2배로 올려 이중삼중의 불이익을 줬다. 종부세를 처음 만든 노무현 정부도 안 했던 조치다. 그 결과 40억원짜리 한 채를 가진 사람은 보유세를 1900만원 내는데 18억원짜리 아파트 2채를 가진 다주택자는 7000만원을 내는 왜곡이 발생했다. 이런 비정상을 형평에 맞게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지금 세금과 준조세 중에는 저금리와 자산버블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비정상적으로 강화된 것들이 많다. 계절이 바뀌면 옷을 바꿔 입듯 경제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한겨울에도 여름옷을 계속 입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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