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59] 대형 사고에 임하는 태종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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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3년(1403년) 5월 5일 경상도에서 뱃길로 한양을 향하던 조운선 34척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보고를 듣자마자 태종은 이렇게 말했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만인을 몰아서 사지(死地)에 내몬 셈이다. 바람이 심한 것을 알면서도 배를 출발시켰으니 이는 실로 백성을 내몰아 사지로 나아가게 한 것이다.”
그리고 피해 상황을 물었다. 이에 “쌀은 1만여 석이고 사람은 1000여 명입니다”라고 보고했다.
“쌀은 비록 많더라도 아까울 것이 없지만 사람 죽은 것이 너무도 불쌍하다.”
대책의 하나로 태종은 앞으로는 해로 운반을 중단하고 육로로 수송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우대언 이응(李膺)이 말하기를 “육로로 운반하면 어려움이 더 심합니다”라고 하자 태종이 말했다.
“육로로 운반하는 것의 어려움은 소와 말의 수고뿐이니 사람이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해로를 통한 조세 운반을 폐지할 수는 없었다. 대량 수송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태종12년 7월 17일에는 전라도에서 조운선 21척, 충청도에서 2척이 바람에 침몰해 104명이 사망했다. 이에 의정부에서 전라도 도관찰사 이귀산(李貴山)을 처벌할 것을 청했다.
“배에 싣는 일을 지연시켜 7월에 조운하였으니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의 큰바람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니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태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 큰바람으로 인한 재앙을 만나고 보니 화재도 두려운 것이다. 창고뿐만 아니라 경복궁은 태조께서 세우신 것이니 더욱 화재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 두 일화는 재앙이나 재난을 대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마음가짐과 향후 대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이 인(仁), 즉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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