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넷플릭스도 디즈니플러스도 심장 쫄깃 공포 시리즈 봇물
명감독 델 토로 제작, 완성도 높아
국산 공포 ‘미드나잇 호러’ 도전장
수수께끼의 옛 물건들이 가득 찬 음산한 창고,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어둠으로 물들이는 사악한 그림, 예뻐지기 위해 발랐는데 뜻밖의 변화를 일으키는 화장품…. 1일까지 나흘째 넷플릭스 시리즈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에 올라 있는 작품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계절과 어울리는 호러다. 기묘하고 스산한 물건과 장소에 깃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호기심의 방’은 늦가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마다 조용히 순위권에 오르고 있는 웰메이드 호러(horror·공포물) 시리즈의 선봉장 격이다. 디즈니+는 2011년 시작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11번째 시즌을 미국에서 먼저 공개했다. KT의 토종 OTT 시즌도 실력 있는 국내 장르 영화 감독들을 기용한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으로 늦가을 호러 파티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 ‘호기심의 방’을 제작한 델 토로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한꺼번에 받았던 명감독. 그는 원래 ‘판의 미로’(2006)처럼 기괴한 괴물이 등장하는 음산한 분위기의 영화에 능통한 ‘호러 장인’이다. 원래 ‘호기심의 방’ 또는 ‘경이(wonder)의 방’은 중세 유럽의 귀족이나 학자들이 세계 곳곳의 신기한 물건을 수집해 전시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델 토로는 매 회 시작 부분에 이야기의 핵심 소재와 실마리를 꺼내놓는 해설자로 직접 출연한다.
8개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중편 영화처럼 완성도 높다. 뱀파이어 청춘물 ‘트와일라잇’(2008)의 캐서린 하드윅, 방 탈출 게임의 원조 같은 영화 ‘큐브’(1997)의 빈첸초 나탈리, 호러 장르에 성장 드라마를 담아 호평 받았던 ‘바바둑’(2014)의 제니퍼 켄트 등 이름난 상업영화 감독들이 각 편의 연출을 맡았다.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의 왕자님 댄 스티븐스, 해리 포터의 친구 ‘론’이었던 루퍼트 그린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에서 흑인 엘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스마엘 크루스 코르도바 등 익숙한 배우들도 잇따라 등장한다.
디즈니+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시즌마다 다른 테마로 진행된다. 처음부터 정주행하는 수고 없이 흥미로운 시즌을 골라 볼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호러 시리즈라고 얕보면 큰코다칠 작품. 왕년의 명배우 제시카 랭이 시즌1 ‘저주받은 집’부터 시즌4 ‘프릭 쇼’까지 출연하며 초반 흥행을 이끌었다. 랭은 시즌1으로 에미·골든글로브·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모두 연기상을 받았다. 시즌 5에는 가수 겸 배우인 레이디 가가가 출연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KT의 OTT 시즌 오리지널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은 국내 호러·스릴러물 감독과 단골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코리안 호러 스토리’라 할 만하다. 미지의 공간에 갇히는 경비업체 직원 이야기 ‘나이트 스토커’, 죽은 뒤에도 마지막 음식을 주문해오는 손님에게 시달리는 요리사 이야기 ‘주문’,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을 돌보다 기괴한 시선에 시달리는 여자 이야기 ‘홀’ 등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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