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아리송한 예산 차별 왜
2019년 첫째가 태어나며 출산지원금을 지역화폐를 통해 지원받은 이후 재난지원금 사용 및 현금 충전으로 정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지역화폐는 나의 소비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결제수단이 되었다.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현금 충전 시, 부여되는 인센티브로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인데 지자체별로 또한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충전금액의 5~10% 수준에서 부여되는 인센티브는 신용카드사 포인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혜택이다. 단, 발행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주지역에만 한정되며 사행성 업소나 백화점, 대형마트 및 지정 매출액 이상인 상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이 제한은 인센티브 혜택을 통해 지역화폐 거래량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그중에서도 지역 내 소상공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부여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혜택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종의 할인에 국한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지역화폐를 이용해 결제하게 되면 인센티브라는 혜택과 함께 지역상업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보람도 느끼게 된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23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다년간 지역화폐를 사용해온 가입자로서 이 소식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지역화폐 예산은 아예 없애고 발행목적이 비슷한 온누리상품권의 발행을 4조5000억원으로 1조원이나 증액하는 예산편성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역화폐 및 온누리상품권을 모두 사용해본 입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은 용처가 전통시장에만 국한되는 매우 제한적인 상품권인 반면 지역화폐는 전통시장은 물론 미용실, 학원, 자동차정비소, 편의점, 약국, 주유소 등 다양한 점포에서 사용이 가능해 활용도가 훨씬 높은 결제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지역화폐는 자발적으로 매월 충전해서 쓰는 반면 온누리상품권의 경우는 비슷한 인센티브를 주지만 굳이 구매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누리상품권의 발행액이 상당한 이유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최근 논란이 된 공무원 연가보상비 상품권 지급과 같은 행태 외에도 공직사회의 상품권 강매논란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으며 매년 시행하는 공공기관경영평가에서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이라는 계량지표로 온누리상품권 구매정도를 점수로 매기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공공기관에서 급여의 일부가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것이나 대부분의 포상금이 상품권으로 대체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역화폐의 예산삭감과 함께 일부에서 제기된 상품권깡과 같은 부정유통과 관련해 온누리상품권 역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정부는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전자식 상품권을 도입해 기존의 지류식 상품권을 대체하기로 하였지만 2020년 기준 온누리상품권의 지류식 발행률은 96.3%였고 작년에도 88.6%나 되는 것을 보면 종이상품권의 발행량은 여전히 높다. 지역화폐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지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곳은 9개 시·군뿐이며 2022년 9월 기준 경기지역화폐 가입등록 852만여건 중 약 89%는 카드형 가입자, 11%는 모바일형 가입자로 이용자의 부정사용을 추적하기 용이하다.
기재부는 국정감사에서 지역화폐 예산삭감과 관련하여 중앙정부의 재원이 일부 지자체에 치중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필요하다면 지방교부세로 운영하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운영을 각 시·도의 재정자립도에만 맡겨 재정상황이 좋은 특정 지자체의 소상공인이나 지역화폐 가입자들은 혜택을 이어가고 그렇지 못한 곳은 그 혜택을 누릴 수가 없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소상공인진흥이라는 목적으로 발행되는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향후 정책에 있어서 어느 한 패를 버리기보다는 보완할 수 있는 운용의 묘를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일까?
이치헌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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