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편향 민원”… 대전시, 북토크 돌연 취소

강은선 2022. 11. 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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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이념편향적인 책과 작가라는 이유로 예정돼 있던 북토크를 급작스레 취소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진흥원은 이들 작가에게 "이념 편향적인 좌파서적과 좌파작가라는 민원이 대전시에 접수됐다"며 강연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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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원 강좌 3개 동시에 없애
작가 “지금이 제5공화국이냐” 반발
대전시가 이념편향적인 책과 작가라는 이유로 예정돼 있던 북토크를 급작스레 취소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때아닌 이념 논쟁이 일면서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과 희망의책대전본부가 공동 주관한 ‘2022 책 읽는 대전 북토크’ 일정표 붉은색으로 표시된 3강좌에 대해 대전시가 이념편향적이라며 일방적인 강연 취소를 통보했다. 희망의책대전본부 제공
2일 대전시와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책 읽는 대전 북토크’ 20개 강좌 중 지난달과 이달에 준비돼있던 3개 강좌가 일괄 취소됐다. 취소된 강좌는 지난달 28일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의 ‘기후미식’, 이달 5일과 19일에 예정돼있던 박현주 작가의 ‘파이로’, 송경섭 작가의 ‘힐빌리의 노래’다.

진흥원은 지난달 27일 세 작가에게 강연 취소를 통보했다. 박 전 구청장의 경우 북토크를 하루 앞두고 취소 연락을 받았다. 진흥원은 이들 작가에게 “이념 편향적인 좌파서적과 좌파작가라는 민원이 대전시에 접수됐다”며 강연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원과 이 강좌를 마련한 희망의책대전본부는 “좌파이념 성향의 책 또는 발표자라는 이유로 북토크를 중지해달라는 대전시 담당자의 요청에 따라 3개의 강좌가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며 “민원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대전시의 입장이 납득하기는 어려우나 대전시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진흥원 담당자들의 곤란한 입장을 고려해 부득이 취소하게 됐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대전시와 진흥원의 이 같은 행태에 작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현주 작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이 5공화국인지 헷갈린다”면서 “대전시에서 누가 좌파라는 말을 하고, 왜 그런 분류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분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보수성향이 있는 시민이 시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작가들에게 통보하게 된 것이고 좌파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전지역 문화계도 대전시의 편가르기 행정에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대전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대전본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시 담당국장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대전시에서 이념 편향적인 잣대를 갖고 문화계를 흔들고 있다”면서 “시장이 직접 공식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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