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59] 뉴욕 필하모니 콘서트홀
1891년에 개관한 카네기 홀은 1842년 창단된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새 집이 되었다. 이는 뉴욕 클래식 음악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아이작 스턴은 후에 “보통은 음악이 홀을 훌륭하게 만든다. 하지만 카네기 홀은 홀이 음악을 훌륭하게 만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1961년 뉴욕 필하모니가 새로 건립된 링컨 센터로 이주하면서 얄궂은 운명이 시작되었다.
로마의 캄피돌리오(Campidoglio) 광장을 감상적으로 모방하고 ‘포스트모던’이라고 둘러댄 건축가 필립 존슨의 설계는 허접했다. 더불어 연주장들 역시 음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완공 이후 60여 년간 수차례의 공사를 하고도 개선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 또 한 번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뉴욕 필하모니의 콘서트홀이 재개관했다. 좌석 수를 줄이면서 간격을 넓게 배치하고, 보다 좋은 음향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도입했다. 졸음을 유발하는 객석의 어두운 조명도 상부 층과 발코니 객석을 중심으로 밝게 바꾸었다. 그러면서 연주자들도 관객의 반응을 좀 더 정확히 살피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실제로 연주를 영화처럼 깜깜한 공간에서 감상할 필요는 없다) 재개관을 축하하는 공연을 위해서 관객들도 멋진 신사복과 드레스를 입고 입장했다.
현장에서 음악을 듣는 건 좋은 오디오 장비로 집에서 듣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감상의 본질은 음악을 귀로 듣는 것이겠지만 콘서트홀에서는 유입되는 시각 정보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연주자의 모습이나 공간, 관객들의 의상이나 외모도 공연의 일부가 된다. 음식은 ‘맛’이지만 레스토랑은 ‘경험’이듯이, 음악은 ‘소리’일지 몰라도 연주회는 경험이다.
그 경험의 질이 높지 않으면 관객들은 외면하고 오케스트라는 사랑받지 못한다. 뉴욕 필하모니는 근래에 지휘자 운(運)이 좋지 못했다. 연주의 질에 관해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앞으로라도 이 멋진 공간에 어울리는 훌륭한 지휘자와 수준 높은 연주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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