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응 여론 악화…與, 대책 마련 집중
신중→경찰 문책론 기류 변화…안전관리법 발의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늑장 대응이 확인되면서 국민의힘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을 방어하기 위한 여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로 노출된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을 내놓으며 입법부의 기능을 가동하고 있다.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해온 국민의힘 내부 기류가 달라졌다. 고개를 드는 '정부 책임론'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는 여당은 '경찰 문책론'을 제기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경고한 112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공개되자 민심이 끓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책임자 문책은 사고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금은 애도 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들 보호 위로가 급선무"라면서도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제(1일) 112, 119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책임 추궁은 오는 5일까지인 국가 애도 기간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고 수습에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며 "애도 기간 이후 원인 규명하는 조사를 철저히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적 재난에 당과 정부는 무한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사고를 수습한 이후 대책 마련과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경찰 특별수사본부와 감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방침이다. 그 사이, 여당은 이번과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시스템과 매뉴얼을 개선하는 한편 입법적 미비 사항을 보완하는 작업 등 재발방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주최자가 없는 축제나 행사에도 개최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행사주최자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태원 사고는 축제 주최자가 없어 안전관리 조치가 미흡해 대형 사고로 이어진 만큼, 많은 인파가 모일 수 있는 행사에 대해 지자체장이 경찰·소방과 협력해 안전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어 보인다.
이 법안에는 중앙(지역)대책본부장이 정보통신사업자 등으로부터 다수 군중의 밀집으로 재난안전사고가 우려되는 특정한 지역 안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신호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사고를 예방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기지국을 통한 인구 밀집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지역 내에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한 것이다.
'뒷북' 재난문자를 막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11시 55분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40분쯤 지난 뒤였다. 제때 재난문자가 왔더라면 사고 수습이 조금 더 원활하게 이뤄져 인명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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