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준에 도달했다'는 국가부채를 생각하며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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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달러 등의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부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가부채 수준이 이미 전 세계에서 노인 비중이 가장 높으면서 사회보장제도도 성숙단계에 진입한 일본 수준에 도달했다니,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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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달러 등의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부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부채가 적어 빚을 더 내어 쓸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주장과 실제 상황에 큰 괴리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재정비전 2050' 토론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렸던 토론회를 소환하는 이유는, 참석자 발언이 충격적이라서 그렇다. '재정개혁·사회보험 개혁을 하지 않고 또한 현재의 국민부담률이 유지될 경우, 사실상 우리나라 국가부채 규모는 이미 일본 수준에 가 있다'는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의 발언 때문이다. 김 원장은 한국재정학회장도 역임했던 이 분야 전문가다.
우리 국가부채 수준이 이미 전 세계에서 노인 비중이 가장 높으면서 사회보장제도도 성숙단계에 진입한 일본 수준에 도달했다니,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100년 뒤에도 일반 국민과 공무원에게 지급할 1년 치 돈을 가진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262.5%에 달한다. 일본과 달리 모든 공적연금이 지속 불가능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다.
높은 국가부채 문제가 거론될 때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199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5.7%에 달했던 국가부채가 2021년 36.8%로 떨어져서 그렇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필자가 스웨덴을 처음 접했던 건,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세계은행의 재정지원으로 사회안전망에 관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였다. 처음 접한 스웨덴의 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우리에겐 단풍철인 10월 말 날씨가 꽤나 을씨년스러웠다. (시내를 주행 중인)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역한 질소산화물 냄새도 한몫했다.
으스스한 날씨에 몸 좀 녹이려는데 호텔 난방상태가 기대 이하였다. 프런트에 가서 방 온도 좀 높여 달라고 하니, 담요 하나 더 덮으라고 했다. '복지가 좋은 나라라고 들었는데, 와 보니 그저 그런 것 같네!'라는 인상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후 북구 스칸디나비아반도 쪽으로의 출장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스산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런 스웨덴을 다시 방문하게 된 건 기초노령연금 때문이었다. 국회에서 두 차례 열렸던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재구조화' 공청회의 진술인으로 참석하다 보니, 복지 선진국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별 기대 없이 도착한 스톡홀름의 6월 중순은 환상적이었다. 10월 하순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기분이 유쾌해서 그런지 스웨덴의 참모습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이후 스웨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2013년 9월 9일 저녁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라르스 다니엘손 당시 주한 스웨덴 대사와 제대로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도 혁신적인 연금개혁이 가능했는지를 물었더니, 답변이 '신뢰'였다. 100여 년간 발전시켜 오면서 쌓아 온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오늘날 스웨덴 복지모형의 원천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이미 일본 수준에 가 있다는 우리 국가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시킬 수 있을까? 스웨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신뢰를 얻으려면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재정비전 2050' 토론회에서의 김태일 고려대 교수 발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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