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이태원 참사 ‘만시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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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하고 비통한 참사에 말 한마디 보태기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고위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행보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를 정부의 실패가 아닌 불운한 사고로 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백번 양보해 이들이 이태원의 극심한 혼잡을 몰랐을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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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하고 비통한 참사에 말 한마디 보태기 조심스럽다. 유가족의 찢어지는 슬픔, 아비규환을 겪은 이들의 고통 앞에서 삼가야 하는 게 이치다. 그럼에도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고위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행보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행정 수장들의 행보는 책임·사과와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를 정부의 실패가 아닌 불운한 사고로 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참사 초기에는 많은 국민도 안타까운 사고로 바라봤다. 이후 속속 드러난 실태는 달랐다. 112 신고 내용은 결정적이었다. 이태원에서는 이미 오후 6시40분쯤에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해달라’는 다급한 요청이 있었다. 참사를 막거나 줄일 ‘골든 타임’이 있었지만 허망하게도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일선 경찰이 왜 11건 중 4건만 출동했는지는 추후 밝혀야 하겠지만, 많은 이가 ‘꼬리 자르기’를 우려한다.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의 익명 고발 글도 올라왔다. 그는 경찰 지휘부의 사전 대응 부족을 성토했다.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올렸으나 묵살됐다고도 했다.
경찰 수뇌부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하지 않은 이유로 ‘주최자 없음’을 든다. 지자체가 줄곧 내세운 변명도 마찬가지다. 안일함과 행정편의주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주최자를 전제로 축제·공연의 안전 조치를 규정한 건 맞다. 이 법에 근거한 정부의 안전관리 매뉴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법과 매뉴얼을 만든 근본 목적은 주최 측 가려내기가 아니라 공공의 안전 담보다.
백번 양보해 이들이 이태원의 극심한 혼잡을 몰랐을 수도 있을까. 이런 사정을 헤아려주기는 힘들다.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핼러윈으로, 어느 때보다 축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상 핼러윈과 이태원을 단어로 한 검색량이 폭증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만의 돌발 현상도 아니다. 2017년 기사에서 경찰은 10월28일 이태원 유동 인구를 2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듬해에는 이태원 보행로를 따라 설치한 대형 물통 펜스가 인파로 일부 망가졌고, 보행 공간을 늘리기 위해 경찰이 도로 한 차선을 임시 보행로로 바꿨다는 보도가 나온다.
용산구 역시 2020년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파를 10만명이라고 밝혔다. 과거 이태원 지구촌 축제 평가 보고서에서는 안전 문제를 우려했다. 수년간 핼러윈 혼잡을 겪었으나 안전 대책에 안일했던 셈이다.
만시지탄 한다고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다. 결국 ‘재발 방지’가 남겨진 숙제다. 이제라도 지자체와 정부, 경찰이 뼈를 깎는 반성 속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명백한 사과마저 차일피일 미뤘던 용기 없는 이들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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