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연이틀 5만명대... ‘면역공백’ 틈 노리고, 코로나 7차 역습

김경은 기자 2022. 11. 2. 22: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연이틀 5만명대… 위험도 6주만에 낮음→중간 상향
방역 3년… 자연면역 떨어져
백신 면역도 감소, 새 변이 확산
“코로나 이달 중·하순쯤 정점”
‘트리플데믹’ 현실화 조짐
청소년 독감 1주새 30% 급증
RV 입원환자 올 6000명 넘어
“면역력 못 키운 소아 특히 조심”

코로나와 독감,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뒤늦게 ‘면역 빚(immune debt)’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5만4766명으로 연이틀 5만명대를 기록했다. 1주일 전보다 1만3945명, 2주 전보다 2만5274명 늘어 반등세가 뚜렷하다. 10월 넷째 주(23~29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도 일평균 3만3332명으로 전주 대비 35.5% 늘었다.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Rt)는 1.09에서 1.17로 올라 2주 연속 1 이상이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2주 연속 증가하며 20%대를 유지했고, 60세 이상의 먹는 치료제 처방률은 평균 31.7%로 직전 주보다 2.8%포인트 높아졌다.

방역 당국은 6주 만에 코로나 위험도를 ‘낮음’에서 ‘중간’으로 상향 조정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확진자 수, 신규 위중증 환자 수 등 발생지표와, 중환자 병상 가동률 등 대응역량 지표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7차 유행’이 시작됐고 이르면 이달 중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주부터 환자가 증가해 11월 중순에서 말쯤 정점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빠른 확산세 원인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활동량 증가, 각종 행사·축제로 인한 대면 접촉 증가, 백신 면역력 감소, 겨울철 실내 활동으로 인한 밀접 환경 조성 등이 꼽힌다. 높은 전파력과 면역 회피 능력을 가진 새로운 변이(BQ.1과 BQ.1.1)가 확산하는 데다 기존 접종이나 감염으로 얻은 면역 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각종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경각심이 낮아졌고, 2년 넘는 비대면·비노출로 억눌려 있던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다시 활개를 치는 게 문제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를 ‘면역 빚(면역 부채)’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함으로써 면역 공백이 생기는 걸 말한다. 병균에 노출되는 걸 인위적으로 봉쇄하면 당장은 병에 걸리지 않지만 언젠가는 병에 걸려 갚아야 할 빚으로 쌓인다는 의미다. 특히 면역에 취약한 어린이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병균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기르는 게 정상인데 거리 두기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그 기회가 차단됐다. 결과적으로 면역 기능이 집단적으로 떨어졌고 언제든 감염성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일종의 방역 부작용인 셈이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해 5월 프랑스 의사들이 제기했다. 이후 영국, 미국, 호주 등 각종 방역 조치를 선제적으로 푼 나라들에서 순차적으로 나타났고, 우리도 겨울 독감이 올해는 초가을 찾아오면서 면역 빚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월 셋째 주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7.6명으로 전주(6.2명)보다 늘었다. 특히 청소년(13~18세) 독감 환자가 14.3명으로 직전 주(10.8명)보다 급증해 이번 절기 유행 기준(4.9명)의 3배에 육박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1~6세는 7.2명에서 8.7명, 7~12세는 5.9명에서 6.9명, 19~49세는 8.8명에서 11명, 50~64세는 5.6명에서 5.9명으로 늘었다. 65세 이상도 3.2명에서 4.2명으로 증가해 3.3명에서 2.7명으로 유일하게 감소한 0세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의심 환자가 늘었다. 영·유아를 중심으로 메타뉴모 바이러스 입원 환자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입원 환자도 작년 이맘땐 1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각각 200~300명대로 크게 늘었다. 리노 바이러스(RV) 입원 환자는 올 들어서만 6000명이 넘는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백신에 의한 면역이란 방패는 시간이 갈수록 닳아 제때 보강하지 않으면 제 역할을 못한다”며 “예방접종에 적극 동참하고 고위험군인 경우 치료제 처방이 나면 5일간 제대로 먹어달라”고 당부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맞춘 개량 백신(2가 백신)은 1일 0시 기준 대상자 중 3.5%만 맞았다. 60세 이상 접종률도 대상자 대비 10.7%에 그친다. 18~59세 접종률은 인구 대비 0.4%, 대상자 대비 0.4%다.

전문가들은 그간 60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던 방역 포커스를 소아 등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염성 바이러스 특성상 중증화할 경우 피해가 크고, 중증화 대상은 주로 생후 6개월 이하 영유아들이며, 영유아에게 한번 유행하면 청소년과 성인으로 번져 결국 고령자들이 위험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그동안 일반적인 병균에 노출될 기회를 놓쳐 감염에 민감해진 아이들이 면역 빚 대상이 되면 호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면역 빚(immune debt)

외부 활동이 줄어든 기간 질병에 덜 걸리다가, 이로 인해 전반적인 면역력이 약해져 이후 감염병에 더 잘 걸리는 것.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