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박정환 꺾고 삼성화재배 바둑 준결승행

8강서 148수 만에 ‘백 불계승’
작년 결승전 역전패 아픔 설욕

사실상 결승 대국이나 다름없는 신진서 9단(22·사진)과 박정환 9단(29)의 ‘신박 대결’에서 신진서가 압승을 거두며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전 역전패의 아픔을 깨끗하게 설욕했다.

신진서는 2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지난해의 우승자 박정환을 상대로 14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바둑 최강자인 신진서에게 삼성화재배는 한이 많은 대회다. 신진서는 삼성화재배에서 지난 2년간 전부 준우승에 그쳤다. 2020년에는 중국 최강 커제 9단을 만나 1국에서 사상 초유의 ‘마우스 오작동’ 사건이 터지면서 허무하게 패한 뒤 2국마저 놓치며 고개를 숙였고, 지난해에는 박정환을 만나 1국을 이기고도 내리 2~3국을 내주며 또 한 번 준우승의 아픔을 맛봤다.

삼성화재배 우승이 누구보다 간절한 신진서는 올 대회 32강에서 미위팅 9단, 16강에서 판팅위 9단 등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 기사들을 연이어 제압했다.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됐던 것과는 다르게, 신진서가 시종일관 박정환을 압도하며 다소 싱겁게 대국이 끝났다. 과감하게 좌변에 세력을 쌓으며 맞선 신진서가 이후 중앙 공방전에서 박정환이 만든 흑집을 무너뜨리면서 승패가 갈렸다. 도저히 해법을 찾지 못한 박정환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힐 정도로 신진서의 경기력은 완벽했다.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박정환과의 상대 전적을 32승23패로 더 벌리면서 생애 첫 삼성화재배 우승에도 청신호를 켰다.

한편 또 다른 8강전에서는 김명훈 9단이 김지석 9단을 상대로 16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첫 세계대회 4강에 오른 김명훈은 이번 대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