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운동" 동향 파악 우선한 경찰...세월호 때와 비슷
11쪽 보고서…주요 시민단체 반발 분위기 자세히 적어
"이태원 참사, 정권 퇴진 운동 끌고 가는 대형 이슈"
[앵커]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후 주요 시민단체와 언론의 동향을 수집해 내부 문건까지 만든 거로 확인됐습니다.
일부 시민단체가 정권 퇴진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분석하는가 하면, 국민 성금을 모아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자는 대응 방식까지 제안했는데요.
8년 전 세월호 참사 때의 대응 방식과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경찰청이 만든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입니다.
'특별취급'이란 글자가 써진 내부 보고서에서 경찰은 이번 참사를 둘러싼 주요 시민단체의 반발 분위기를 자세히 적었습니다.
경찰은 특히 이번 참사가 세월호 참사 직후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부각했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 등의 SNS 글을 특정해 거론하며, 이들이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 대응이 부족했던 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고 썼습니다.
또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 행적'이 논란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거라고도 내다봤습니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이태원 참사가 촛불 집회, 혹은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또 언론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는 보도량을 대폭 늘렸다며 부정적인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 성금'을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습니다.
경찰청은 정보국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인정했지만, 합법적 활동 범위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15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온 대규모 참사가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에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부터 파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됩니다.
[양이현경 /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정부 책임을 모면하려는 듯한 내용을 담았고 이건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국가 기관의 대응 방식이 세월호 참사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시 국정원은 정부 책임론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유가족과 언론을 사찰하고, 내부 문건에서 민심과 여론을 관리할 방안을 자세히 적어 논란이 됐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 기관이 이번 대형 참사 직후에도 여론 동향 파악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정부의 대응 방식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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