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로 서로 물 먹이며”…생존자들이 전하는 그 날
[앵커]
다음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온 분들 이야기입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생존자들이 어렵사리 용기를 내 얘기했는데요.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게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만 원짜리 핼러윈 분장을 받고 행복해했던 세 친구.
바쁜 일상 속에 핼러윈이라도 함께 즐기자며 모인 중학교 동창들이었습니다.
[최영규/'이태원 참사' 생존자 : "'나 핼러윈에 코스프레 처음 해본다고 근데 너무 재밌다고 신난다고' 분장 받고 10분 만에 그런 사고가 났고…."]
인파에 떠밀려 어찌할 도리가 없던 상황.
어느 순간,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영규/'이태원 참사' 생존자 : "떠밀려서 서로 그냥 다 어디로 흩어졌고, 제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밀고 오면 이리로 밀렸고…."]
'압박'으로 가해진 그 고통은 그야말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최영규/'이태원 참사' 생존자 :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처음으로 살면서 '죽는구나' 느꼈던 순간이에요. 아, 이대로 진짜 죽는구나 하고 포기하고 눈 감고 쉬어지지도 않는 숨을 간신히 쉬고 있었어요."]
끝까지 부여잡았던 그 '숨'으로, 최 씨는 구사일생 살아났습니다.
인파로부터 탈출했을 때, 제일 먼저 흩어진 친구들부터 찾았지만, 한 명은 이미 숨진 뒤였고, 그 친구에게 다가가는 일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최영규/'이태원 참사' 생존자 : "(통제 때문에) 절대 못 들어간대요. 친구가 안에 죽어간다고 제발 들여보내 달라 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오랜만에 나섰던 아내와의 데이트.
마스크 없이 홀가분한 분위기를 내보고 싶어 행선지를 이태원으로 잡았습니다.
[김OO/'이태원 참사' 생존자 : "간만에 코로나 풀렸다고 해서 좀 사람들 구경도 하고 '놀자' 하고 가게 됐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골목'에 갇히고 말았고, 그 상태로 한 시간 반...
의식이 희미해지려 할 때, 주변 상인들로부터 '생명수'가 건네졌습니다.
[김OO/'이태원 참사' 생존자 : "물을 따라서 이렇게 건네주시면 팔이 닿는 분들끼리 서로 연결 연결해서 한 모금씩 돌려 마시면서 버텼고요."]
하지만 압박은 점점 심해졌고,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어 가족에게 마지막 작별 전화를 시도할 즈음, 김 씨 부부는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김OO/'이태원 참사' 생존자 : "내가 마치 다시 거기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이 사람은 기절했었는데, 이 사람은 그래도 숨 쉬고 있었는데 잘 나갔나..' 그냥 머릿속에 시간이 거기에 멈춰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생존자들은 끝내 생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사과할 사람들의 사과가 늦어지는 동안, 그렇게 피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최석규/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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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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