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중고차 값이 더 비싼 이례적 ‘가격 역전’ 사라졌다
신차 공급 회복, 중고차 값 하락
고금리로 구매 심리 약화 영향도
최근 한동안 이어진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일부 해소돼 신차 공급이 회복됐고, 고금리·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등으로 차 구매 심리 자체가 약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까지 중고차는 유례없는 가격 강세를 보였다. ‘가격 역전’이라는 이상 현상도 실제로 있었다. 2일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K Car(케이카)에서 지난 3분기에 거래된 3건을 보면 중고차가 신차보다 4~13%까지 비싸게 팔렸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탓이다. 부품 수급난으로 신차는 대기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길어지자 급한 대로 신차급 중고차를 찾다보니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22년 6월식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는 당시 신차 가격이 9080만원(보조금 적용·2022년 6월식 가격)이었지만, 중고로 9500만원에 팔렸다.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4.6% 더 비싸다. 하이브리드 차도 역전 현상이 있었다. 2022년 6월식 쏘렌토 하이브리드 4세대는 당시 신차 가격이 3589만원이었지만, 중고로 4050만원에 팔렸다. 13%나 더 비싸게 팔린 것이다. 2022년 6월식 투싼 하이브리드 4세대는 신차 가격이 3534만원이지만, 중고로 4150만원에 팔렸다. 중고차 가격이 9% 더 비쌌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케이카가 출시 12년 이내 국산·수입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11월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10월 대비 모델별로 최대 8.5%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가격 역전 현상도 사라졌다. 테슬라 중에선 모델S를 제외하고 3개 차종의 가격이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델X’는 4.1%, ‘모델Y’는 3.4%, ‘모델3’는 1.2%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전기차 중에서는 ‘볼트 EV’가 3%,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2.6% 하락할 걸로 예측됐다. 다만 EV6, 아이오닉 5’ 등 신차급 전기차는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 배경으론 신차 공급 증가가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 공급망 경색이 일부 해소된 결과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고금리 현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차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줄었다.
박상일 케이카 PM1팀장은 “일반적으로 11월, 12월은 연식변경을 대비해 중고차 시세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이번달은 그 하락폭이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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