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산야초 정원으로 세계 무대 세번째 도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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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마지막 주말, 광주광역시 쌍촌동 5·18기념공원 인근의 컨테이너 작업실에 들어서자 뜻밖에 약초를 권한다.
"1천여종의 약초들이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자생하는 고요한 지리산 자락을 세계인에게 선보이려고 해요. 깊은 숲속 지형의 높낮이와 다양한 종의 서식 환경, 크고 작은 교목과 관목이 겹겹이 쌓인 바위 위로 흐르는 물, 일조량과 습도에 맞춰 저마다 제자리를 찾는 산야초의 생장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어요. 약초꾼들이 대대로 내려온 지혜를 모아 만든, 작지만 과학적인 원리들이 가득한 '건조장'도 연출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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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번 맛보세요. 산도라지예요. 요즘같은 환절기 기관지에 좋은 거 아시죠?”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 광주광역시 쌍촌동 5·18기념공원 인근의 컨테이너 작업실에 들어서자 뜻밖에 약초를 권한다. 하지만 그는 약초나 건강 전문가가 전혀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국 런던의 첼시플라워쇼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일약 이름을 알린 정원디자이너이다. 첼시쇼는 프랑스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 네덜란드의 쾨겐호프 가든쇼와 함께 세계 3대 가든쇼로 꼽힌다.
“1천여종의 약초들이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자생하는 고요한 지리산 자락을 세계인에게 선보이려고 해요. 깊은 숲속 지형의 높낮이와 다양한 종의 서식 환경, 크고 작은 교목과 관목이 겹겹이 쌓인 바위 위로 흐르는 물, 일조량과 습도에 맞춰 저마다 제자리를 찾는 산야초의 생장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어요. 약초꾼들이 대대로 내려온 지혜를 모아 만든, 작지만 과학적인 원리들이 가득한 ‘건조장’도 연출하고요.”
내년 5월 23~27일 열리는 영국왕립원예협회(RHS)의 ‘첼시 플라워쇼 2023’에 세번째로 초청받은 황지해 작가의 구상이다.
그는 2011년 첼시 플라워쇼에서 ‘해우소'로 최고상과 금메달, 2012년에는 ‘고요한 시간: 디엠제트(DMZ) 금지된 정원'으로 회장상과 금메달을 받았다.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그가 10여년 만에 다시 첼시에 출품하게 된 연유를 들어봤다.
img src='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208/imgdb/original/2022/1102/20221102503840.jpg' alt='‘첼시 플라워쇼 2023’의 메인 행사인 쇼가든 부문 12개 출품작에 선정된 황지해 작가의 ‘치유의 땅: 한국의 산’ 조감도. 황 작가 제공' /
spanb‘가든의 나라’ 만든 세계적 박람회 br영국 ‘2023 첼시 플라워쇼’ 출품 br2011년 첫 참가 ‘해우소’로 최고상 br이듬해 ‘디엠제트’로 연속 금메달/b/span
spanb최근 3년새 투병·회복 경험 살려 br‘치유의 땅: 한국의 산’ 연출 구상/b/span
img src='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0/361/imgdb/original/2022/1102/20221102503837.jpg' alt='황지해 작가가 2011년 5월 ‘첼시 플라워쇼’ 출품작 ‘해우소’ 앞에서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왼쪽)에게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고 있다. 황 작가 제공' /
img src='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0/711/imgdb/original/2022/1102/20221102503846.jpg' alt='황지해 작가의 ‘첼시 플라워쇼’ 금메달 수상작인 ‘해우소’와 ‘디엠제트-금지된 정원’(사진)은 현재 광주광역시 충효샘길에 있는 광주호 호수생태원에 조성되어 있다. 호수생태원 제공' /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첼시 플라워쇼 2023' 핵심 경쟁 부문인 ‘쇼가든'의 12개 출품작의 하나로 황 작가의 작품 ‘치유의 땅 : 한국의 산’을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14개의 금메달과 35개 이상의 수상 경력을 지닌 크리스 비어드쇼를 비롯 ‘첼시쇼의 왕’으로 불리는 마크 그레고리, 런던올림픽공원을 설계한 사라 프라이스 등 유럽의 쟁쟁한 작가들과 겨뤄야 한다.
b /b쇼가든 담당b /b헬레나 페팃 이사는b /b“사람과 환경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정원과 원예의 ‘회복시키는(restorative) 힘’이b /b2023년 첼시쇼의 주요 테마로 돌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소개했다. 신임 사무총장인 클레어 매터슨은 “디자이너 황지해의 ‘치유의 땅’은 한국에서 진행된 생태복원 프로젝트가 어떻게 토종 식물들의 멸종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고, 지리산 주변의 균형 잡힌 생태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려진대로, 첼시플라워쇼는 1827년 런던 치즈윅가든에서 처음 열린 이래 195년을 이어오면서 영국을 ‘정원의 나라’로 불리게 한 자연박람회이다. 4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250년 전통의 영국왕립원예협회는 1013년부터 퇴역 군인들의 요양시설인 첼시왕립병원에서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에 플라워쇼를 열고 있다. 지난 9월 별세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2022 첼시쇼’까지 거의 해마다 빠짐없이 관람했고, 국왕이 된 찰스3세가 외할머니 추모 정원을 조성해 은메달을 받기도 했다. 2019년에는 왕세자비였던 케이트 미들턴이 직접 가꾼 정원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올해 쇼에서는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후원한 ‘메타가든’이 금메달을 받아 뉴스를 탔다. 그런 만큼 세계적인 언론사들이 중계권 경쟁을 벌이고, <비비시>(BBC) 등에서 황금시간대에 생중계를 할 정도로 대중적인 관심이 높다.
img src='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400/imgdb/original/2022/1102/20221102503839.jpg' alt='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별세 4개월 전인 2022년 5월 23일(현지시각) 런던의 첼시왕립병원 정원에서 열린 ‘2022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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