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다소’ 다른 한 총리의 입
한 “주최 없으면 대응 어려워”
외신 회견선 “소통 오류 사과”
한덕수 국무총리(사진)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 진단과 사과 문제와 관련해 정부 움직임과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 대응 논란에 거리를 뒀던 한 총리는 참사 발생 전 다수의 경찰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드러나자 2일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전날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책임에 대해 “주최 측이 없으면 경찰이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없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일 국무회의에서 당부한 내용과 다소 다른 결이다. 윤 대통령은 “주최 측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국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사전에 협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강조했다.
참사 발생·대응에 관련한 한 총리의 명시적 사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 총리는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가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힌 부분은 정부 내 책임 회피성 발언과 관련한 “소통 오류”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 정서와는 괴리된 한 총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말장난식 농담을 해 빈축을 산 데 대해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다”고 총리실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다. 총리실은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통역 내용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곤란해하자 기술적인 문제로 회견이 지체되는 점에 양해를 구하는 취지에서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악할 만한 장면”이라고 하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될 총리께서 농담을 했다. 농담할 자리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전날까지 거리를 뒀던 경찰 대응 책임 문제를 지적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11건 접수된 사실이 공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 체계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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