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뭉개고, 구태는 반복…“경찰 조직 전체 위기”
[앵커]
112 녹취록으로 드러난 경찰의 부실 대응, 그에 대한 감찰과 사고 원인 수사, 경찰 움직임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사찰 논란까지 불거졌지요?
전반적인 얘기, 정연욱 기자와 함께 조금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총체적인 위기다, 이렇게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경찰 내부에서도 위기 의식 상당할 것 같아요?
[기자]
상황과 성격은 다르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이 해체된 적이 있었지요?
지금 경찰은, 그에 버금가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경찰 조직을 해체하는 일은 있을 수 없겠지만, 책임을 누구까지 질까, 이 문제를 놓고 긴장이 팽팽합니다.
어제(1일) 윤희근 청장이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하루만에 8곳이나 압수수색한 것도, 그만큼 다급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지금, 수사를 '하는' 입장인 동시에 '받아야' 하는, 아주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셀프수사'란 비아냥까지 나왔어요.
그래도 현실적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건가요.
[기자]
일단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 특별수사본부장으로 하여금 경찰청장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도록 한 거죠.
수사 결과만 보고하면 됩니다.
검찰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현재 법적으로 공수처와 검찰은 재난 사고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경찰이 유일한 수사 주체입니다.
물론,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할 수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특별검사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정치적인 고려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앵커]
참사 '원인'에 대한 수사 결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기자]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를 찾고 책임소재 따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현행 재난기본법에는 주최 측 없는 행사에서의 안전관리 주체가 명확치 않습니다.
경찰은 일단 현장에서 확보한 CCTV 등으로 실마리를 풀어가려고 하는데, 현장에 인파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 채증 작업에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현장 상황과 별도로 사고를 막았어야 할 관공서들의 책임,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아무래도 경찰이 상당한 속도전을 펼칠 거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정보국 내부 문건이 공개됐죠.
경찰의 못 된 버릇이 또 나왔나 싶기도 한데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기자]
경찰이 참사 대응 무능했던 반면 민심동향 파악은 신속했던 거죠.
'세월호 사고 연계 조짐'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등의 표현까지 정보국 문건에 등장했습니다.
불과 지난달,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선거개입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강 전 청장이 2016년 총선 정보를 수집할 때 동원했던 부서가 바로 이 경찰청 정보국이었습니다.
앞서 2014년 삼성노조원 장례식 개입사건에도 정보국이 개입했죠.
이런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경찰개혁 과정에서 정보국 폐지까지 논의가 됐는데, 여전히 이런 '논란의 문건'을 대외비로 생산하고 있었던 겁니다.
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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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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