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자 없는 ‘외부 보고용’ 문건…대통령실로 갔나?
[앵커]
문건 내용 뿐 아니라 이걸 만든 시기와 형식을 놓고도 비판이 잇따릅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경찰이 '정부에 미칠 영향'을 따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또 경찰청 '내부용'이 아니라 '외부' 어딘가로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요,
이 부분은 김민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문건에 담긴 '정보' 가운데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아직 사고 수습 단계인 만큼, 시민단체들이 추모와 애도에 초점을 두고 관망 중이다"
참사 이틀 뒤 문건을 만들면서 정보국 스스로도 '지금은 애도할 때'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단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부담 요인부터 따졌냐는 비판이 따라붙게 된 이유입니다.
문서 표지상 작성자는 '경찰청'.
그런데 경찰 내부적으로는 통상 '경찰청'이란 용어 대신 '본청'이란 말을 씁니다.
내부용 문건이 아닌 외부 어딘가로 보내질 문건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입니다.
수신자는 명기되지 않았습니다.
한 경찰 간부는 이 문건의 전파처가 "대통령실, 총리실, 행정안전부" 였을 거라고 했습니다.
KBS는 대통령실에 보고됐는지를 공식적으로 물었고, 정보국 관계자는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각 부처 기관들이 다양한 보고를 한다.", "일일이 보고됐다, 안 됐다를 확인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어디에 보고됐건, 이 문건의 작성과 전달 자체가 경찰의 '정당한 직무'였는지는 따져볼 문제로 남습니다.
지난해 제정된 대통령령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정보 활동이)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공공 안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를 관계 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라고 돼 있습니다.
과거 '댓글 공작 사건' 이후 경찰의 정보 업무를 명확히 규정한 건데, 이번 문건이 해당 범위 안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립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그 문건 자체 생성은 저는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생성은 해야 해요, 그건 안 하면 오히려 경찰의 직무 유기인 거고. 그 안에 굉장히 추상적인 내용들이잖아요."]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 "이건 명백한 사찰이라고 봐요. 정보경찰 개혁 소위원회 활동이 있었는데 그때의 개혁 성과를 무위로 돌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정보경찰로 회귀해 버렸어요."]
경찰은 "이 업무마저 못하게 하면 정보국 역할이 단순 집회·시위 보고밖엔 없을 거"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문건을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만든 건 아니라는 입장도 전해왔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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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기자 (hyu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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