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지원단 “국가 책임은 신중 상담” 지침…법조계 “부적절”
지원단 관계자 “사실관계 확정돼야 소송 가능하다는 취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구성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법률지원단이 국가배상소송에 대해 상담자들에게 “국가 책임과 관련해 신중한 상담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피해자 지원 기구가 국가 책임을 따지는 소송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법률지원단이 지난 1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보낸 ‘용산 이태원 참사 피해자 법률지원단 운영계획(안)’을 보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책임 관련, 수사 등을 통한 진상규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법률상담과 소송구조 요망”이라고 적혀 있다. 이 계획안은 법률지원단이 변협 법률구조재단에 참여를 요청하려고 보낸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국가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는 와중에 피해자 지원 기구의 상담 지침으로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 피해자 상담을 맡은 변호사나 직원이 ‘신중하라’는 지침을 받으면 국가배상소송 상담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법률지원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피해자와 유족 입장에선 이 참사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있는지가 중요한 상담일 텐데 ‘신중하라’는 지침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핼러윈 축제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고, ‘압사 위험이 있다’는 112신고가 11차례 있었는데도 정부는 156명이 숨지는 참사를 막지 못했다. 국가배상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도로·하천, 공공의 영조물(營造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했을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공단은 승소 가능성이 있는 사건만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며 “국가 책임을 입증할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소송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상담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침”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단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서이기 때문에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은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률지원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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