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참사 46분 뒤 최초 인지…경찰 첫 신고부터 4시간27분 걸려
‘늑장 대응’ 비판 차단 의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46분 만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1분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한 시간 이상 지연된 경찰의 늑장 보고와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신속 조치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찰 112 최초 신고 시점부터 대통령 최초 인지까지 4시간27분이 걸린 셈이라 국가 안전시스템이 무너져 있었다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일 참사 발생 직후 대통령실이 인지한 경로와 윤 대통령 지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53분 소방청 상황실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하며 참사를 최초 인지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밝혔다. 오후 10시15분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38분 만이다. 오후 10시15분은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점으로 정부는 이를 공식 참사 발생 시각으로 삼고 있다.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오후 11시1분 윤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참사 발생 46분 만이다. 윤 대통령의 첫 지시는 오후 11시21분에 이뤄졌다. 이 지시가 오후 11시29분 대변인실로 전달됐고, 오후 11시36분 언론에 공지됐다.
오후 11시54분 윤 대통령은 부상자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 응급의료팀 파견과 신속한 응급 병상확보 등을 추가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0시42분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참사를 인지한 뒤에야 대통령실에 상황을 보고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30일 0시5분 경찰청의 상황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첫 보고가 이뤄진 지 1시간4분이 지나고, 1차 지시도 내려진 이후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19분이라고 행안부가 밝혔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시간대별 대응을 밝힌 데는 경찰의 늑장·부실 대응 비판이 대통령실로까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압사 위험 경고 신고가 이뤄진 때부터 대통령 인지까지 4시간27분이 소요됐다. 4시간여 ‘공백’이었던 국가 안전시스템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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