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신음 소리”…이태원서 응급처치한 대만 의사도 트라우마

정채빈 기자 2022. 11. 2. 21: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외국인이 지인을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 있던 대만의 한 의사가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자신을 대만의 의사라고 밝힌 A씨는 대만의 온라인 커뮤니티 디카드(Dcard)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을 도운 후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씨는 “나는 한국의 화교로, 대만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이번 휴가에 친척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태원의 한 술집에 있다가 나온 그는 비명소리와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소리를 듣고 처음엔 핼러윈을 위해 준비된 이벤트쯤으로 생각해 그냥 지나치려했다”며 “그러나 갈수록 상황은 악화됐고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 장면은 정말 지옥같았다”고 했다.

A씨는 “내 본업은 내과 의사이고 응급처치는 내 일상이다”라며 “그러나 현장에는 아무런 장비도 없었던 탓에 할 수 있는 것은 육안으로 사람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식이 없고 맥이 잡히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한다. 가슴 압박을 하다가 맥박이 돌아오면 의료진에게 부상자를 인계하고 다음 부상자에게 가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도왔다.

A씨는 응급대원들에게 자신이 의사라는 것을 밝힌 후 장비를 지원받기도 했다고 적었다. 그는 “혈흉이나 기흉 소견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관지용 튜브를 삽입하는 등 응급처치를 이어갔으나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A씨는 이번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큰일이 터져도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나는 당황했고 지금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여전히 귓가에선 신음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때때로 악몽도 꾼다. 검붉은 보라색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57명이다. 사망자 156명 중 26명은 외국인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일반시민 등을 위한 심리지원에 나섰다. 특히 서울시는 참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한 경찰, 소방관, 구조참여자에 대해 심리지원센터(4개소),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 심리지원서비스를 집중 지원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