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대책 간담회’였는데…“안전 논의는 없었다”
[앵커]
이번엔 사고가 나기 사흘 전 상황 따져보겠습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 10만 넘는 인파가 몰릴 거라는 예측에 경찰과 용산구청을 비롯해 여러 기관이 모였습니다.
이름은 '안전대책 간담회'였는데 안전 조치 논의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경찰 병력을 줄이자는 말이 나왔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월 26일 오후 3시, 이태원관광특구 연합회 사무실에 경찰,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등이 모였습니다.
주말을 사흘 앞두고 '핼러윈 인파'의 안전 대책을 논의하겠다던 자리였습니다.
경찰은 이 간담회의 안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성범죄·마약범죄 신속 검거" "이태원 역사 내 범죄 대처", 주로 이런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간담회 준비자료로 작성된 또 다른 문건.
여기엔, 코로나 19 방역수칙 홍보가 중점으로 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실제 회의는 '사고 대비 안전 조치'와는 무관하게 흘러갔습니다.
2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주로 쓰레기 수거 방안 등을 논의하다, 회의 시간 절반 가까일 허비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습니다.
참석자들 면면 역시 안전 관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용산구청은 '재난안전과'가 아닌 '자원순환과' 직원 두 명을 보냈고, 경찰에서도 인파 통제 등을 담당하는 경비과 직원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오히려 경찰 병력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경찰은 "상인 연합회 측에서 과도한 경력 배치를 자제해달라 요청했다", 연합회 측은 "지난해처럼 과도한 거리두기 단속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거다" 얘기가 엇갈렸습니다.
경찰이 지난 주말 이태원 배치를 예고했던 병력은 200명.
참사 당일 실제로 투입된 인원은 137명이었습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간담회를 비롯해 책임 기관들의 사고대비 조치가 적절했는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황창선/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 "감찰이나 수사 대상의 범위는 현장뿐만 아니라 지휘라인 전체가 포함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태원에 10만 명이 모일 거라고 사전 예측하면서도, 경찰은 그들 중에 있을지 모를 '범죄자'를 단속하는데 주력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태원에 모였던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참사의 희생양, 재난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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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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