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넘어 날아간 남북 미사일…9·19 군사합의 ‘무용지물’

박은경·박성진 기자 2022. 11.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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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4차례 걸쳐 탄도미사일 25발 ‘전례 없는 도발’
해상완충구역에 100여발 포병사격…한반도 긴장 고조

북한은 2일 분단 이후 처음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남쪽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미사일 25발을 퍼부었다. 하루 동안 미사일 20여발을 쏜 것은 처음이다.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정면 겨냥한 고강도 도발로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고,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4차례에 걸쳐 다종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오전 6시51분쯤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2시간 뒤인 8시51분쯤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을 3발 발사했는데, 이 중 1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NLL 남쪽 26㎞, 속초 동쪽 57㎞, 울릉도 서북쪽 167㎞에 낙하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NLL 이남 남측 영해에 근접해 떨어진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1984년부터 최근까지 총 2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동해상이나 서해상으로 날아갔고 남쪽을 직접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처럼 해안포를 쏜 적만 있다.

위협의 강도뿐 아니라 빈도수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오전 9시12분쯤부터는 함경남도 낙원·정평·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SRBM과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10여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오후 1시27분쯤엔 북한이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로 발사한 100여발의 포병사격이 포착됐다. 군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했다.

북한은 오후 4시30분쯤부터 5시10분쯤까지 북한 선덕·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과일·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지대공 미사일 등 6발의 추가 발사가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6월5일 SRBM 8발을 쏘긴 했지만 하루에 20발 넘게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이날 무력 시위는 한·미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했다. 비질런트 스톰을 언급하며 한·미를 향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지 8시간여 만에 미사일 등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시기에는 도발을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한·미 훈련에 비례적·즉각적 무력 시위를 하며 핵무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향해 유도폭탄 발사 공군 KF-16 전투기가 2일 동해상에서 북방한계선 이북을 향해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을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남측도 북한의 위협 수위에 비례해 대응 수준을 높였다. 군은 북한 미사일이 NLL을 넘어오자 NLL 이북 해상으로 슬램-ER 등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군이 이북 공해상으로 대응 사격을 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군이 북 도발에 대응해 슬램-ER을 발사한 것은 2017년 9월 북의 6차 핵실험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슬램-ER로 대응한 것은 그만큼 북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군이 운용하는 슬램-ER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량형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 무기다.

합참은 남측의 9·19 군사합의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북측이 NLL 이남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 바, 자위권 차원의 대응 조치에 합의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이 연이어 NLL 너머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면서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9차례에 걸쳐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 포병 사격으로 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했지만 우리 측은 합의를 준수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비례 대응에 나섬으로써 군사적 긴장의 완충선 역할을 해온 9·19 합의는 명목상으로만 남게 됐다.

박은경 기자·박성진 안보전문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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