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에 울릉군 공무원만 대피…45분 뒤 주민에 알려

사이렌 24분 뒤 문자메시지
‘실제상황’ 인지 못한 주민
“민방위 훈련인 줄 알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주민 대부분이 ‘실제상황’인 줄 모르고 대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55분쯤 울릉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3분간 울렸다.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초기 방향이 울릉도 쪽을 향하면서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공습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하지만 울릉군은 공습경보가 끝나고 오전 9시43분에야 실제상황임을 알리는 방송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습경보 이후 45분이 지나서야 실제상황임을 알리는 대피방송을 한 것이다. 울릉군은 주민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도 9시19분쯤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울릉군에서 60년 이상 거주한 A씨는 “군청과 마을에서 하는 방송이 각각 있지만 대피방송 자체가 없었다”며 “그냥 민방위훈련인 줄 알고 다들 일상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북면 현포리에 사는 B씨는 공습경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발인 날이라 명복을 비는 사이렌인 줄 알았다”고 했다.

신속히 대피한 공무원들
“주민 대피 여부 파악 안돼”

반면 울릉군 공무원들은 공습경보 발령 당시 급히 지하공간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보 때 울릉군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전달된 대피 안내 메시지에도 ‘실제상황 즉시대피 바람’이라고 쓰여 있었다.

울릉군 관계자는 “공습경보 후 주민들이 대피했는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된다”며 “공무원은 대피장소가 있고 평소에 훈련도 해서 신속히 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경보는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울릉군으로 직접 공습경보를 내린 사안”이라며 “매뉴얼상으로는 재난 상황은 즉시 대피방송을 해야 하지만 오늘 상황은 따로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미사일 발사 14분 만인 오전 9시5분을 기해 울릉도로 오가는 여객선 운항 전면 중단을 지시했다. 9시15분에는 울진 후포항에서 울릉도를 향해 출항(오전 8시30분)한 울릉썬플라워 크루즈호의 회항 결정도 내려졌다.

오전 9시26분 해경과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이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국(포항·후포·울릉)에 어업인 안내 요청을 내렸다. 9시30분쯤 가까운 경북 동해안 지역에 457척, 대화퇴(독도에서 북동쪽으로 약 380㎞ 떨어진 동해 중심부)에서 4척이 조업 중이었다고 경북도는 밝혔다.

강원 고성군 등 NLL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도 당국의 안내에 따라 안전지역으로 이동했다. 동해 지역에서 어선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군 통일전망대 등 강원도 내 안보관광지 운영도 이날 전면 중단됐다.

김현수·백경열 기자 kh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