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발사 등 더 큰 도발 예고
핵무력 고도화 작업 추진 뜻
북한이 2일 사상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을 빌미로 대남 위협 수위를 대폭 높인 것이다. 더 큰 도발 수순을 밟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변칙적 도발 등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동·서해로 20여발의 다종 미사일을 발사했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NLL 이남에 낙하한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앞서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남 위협을 예고했다. 지난달 3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보다 발표 주체를 격상시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박 부위원장은 담화에서 전투기 240여대가 동원되는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을 겨냥했다. 그는 비질런트 스톰을 두고 “1990년대 초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때 사용한 작전대호(작전명)인 ‘데저트 스톰’(사막 폭풍) 명칭을 본딴(본뜬) 것으로 놓고보나 철저히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도발적 군사훈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 국방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 핵태세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 공격 시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적시한 것을 거론, “헷뜬(허튼) 망발”이라며 “이번 공중연합훈련이 이러한 도발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부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며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위협성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부터가 큰 실수”라고 했다.
북한의 실제 의도는 한·미 연합훈련 맞대응을 구실로 핵무력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한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절대 목표를 향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7차 핵실험으로 방점을 찍은 뒤, 사실상 핵보유국 위상을 갖고 미국과 담판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향후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국지도발 또는 예상치 못한 변칙적 움직임으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사상 첫 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는 NLL이라는 남북관계의 정치적 쟁점까지 건드리며 의외의 허점을 찌른 것”이라며 “미사일 급을 높이는 기존의 패턴뿐 아니라 전술적 의외성도 보여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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