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무대응’에 커지는 국가책임론
일선에 책임 전가 ‘꼬리 자르기’
경찰들 “윗선 먼저 감찰 받으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압사할 것 같다’는 112신고가 다수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 책임론’ ‘국가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경찰청 경비 등 경찰 지휘부가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인력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까지 경력 투입과 관련한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와 112치안종합상황실은 핼러윈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했다. 서울경찰청도 핼러윈 기간 치안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찰 기동대 등 경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선 참사 당일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원인은 경찰 지휘부가 사전에 인력 투입을 결정하지 않은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휘부가 기동대 투입 결정에 대해 ‘소관이 아니다’라거나 ‘일선 요청이 없었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한 것을 두고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시 이태원파출소 인력만으로 인파를 해산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게 복수 경찰관들의 지적이다. 경찰청 블라인드에는 “(112신고) 지령을 받은 이태원 관할 파출소 소속 경찰관 두 명이 현장 확인을 하러 갔겠지만, 두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라며 “말단 경찰공무원 두 명이 10만명 통제를 하는 게 가능하겠느냐. 그 신고 뒤에 주폭, 주취자, 술값 시비 등 밀린 신고가 수두룩했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아무 대비책도, 관심도 없었던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을 받으라”는 글도 올라왔다.
경찰직무집행법은 혼잡 상황에서 경찰관의 경비 의무를 규정한다. ‘혼잡 경비’ 업무가 경비과 소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경비과 간부를 지낸 한 경찰관은 “ ‘혼잡 경비’라는 업무가 엄연히 있다”며 “월드컵 거리응원도 (핼러윈처럼) 따로 주최가 없는 행사지만 경찰 기동대가 근무했다. 아무 대비도 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혼잡 경비’ 상황인데도 왜 경력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혼잡 경비 상황이었다”면서도 “월드컵 거리응원 때는 요구나 건의가 있었을 것이고, 건의가 있었느냐가 가장 큰 차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건의가 없었기 때문에 경력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태원파출소 소속 A경찰관은 전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동료들이 감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며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해서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유경선·최서은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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